[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 아테네 케피소스 강가 언덕에 선술집을 겸한 여관이 있었다. 주인은 강도의 신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이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이름에는 '늘이는 자', '두드려서 펴는 자'란 뜻이 담겼다. 이 여관방에는 크기가 고정된 철 침대가 있었다. 키 큰 투숙객은 다리가 침대를 벗어나고. 키 작은 투숙객은 다리가 침대 끝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침대를 벗어난 다리 일부를 톱으로 잘랐고, 미치지 못한 다리는 침대 길이만큼 잡아 늘였다. 엿장수가 마음대로 엿을 늘이고 줄여 잘라 팔 듯 말이다. 생사 기준은 침대 길이었다. 한 투숙객이 키가 침대 길이와 같아 죽임을 면했으나 노예가 되었다. 그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이 철 침대에서 투숙객처럼 죽임을 당했다.

이 신화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와 '프로크루스테스의 법(method)'이란 용어가 생겼다. 제멋대로 설정한 기준에 맞춰 타인을 지배하려는 사람을 일컫는다. 잔인하고 살벌한 신화지만,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마음속에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다. 아집과 억지에 따른 독단과 독선의 횡포가 강한 사람들이다. 권력자, 지배자, 가진 자 등 위계서열 상 꼭대기를 점한 자들로 지배욕과 권력욕이 강한 사람들 말이다. 자신의 기준이나 원칙을 설정한 뒤 고수하고 강요한다. 타인의 기준이나 원칙에 절대 굽히지 않는다. 융통성이 없다. '내 말이 법이고 내 판단과 결정이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라는 식이다.

독단 강요나 실행에 걸림돌이 생기면 온갖 구실을 들이대고 이도 안 되면 권력을 휘두른다. 타인들은 피해를 보고 사유와 언행을 굴욕적이든 의도적이든 바꿔야 한다. 권력이나 권위 그리고 경제력에서 뒤처진 자들은 독단과 독선자의 끗발에 눌려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독선과 독단은 병적 상태로 '프로크루스테스 증후군(syndrome)'이라 한다. 자기중심적, 이기적, 비타협적, 권위주의적이다. 매사가 부조리하다. 한마디로 독불장군이라 할까?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특히 정치인들이 프로크루스테스를 많이 닮았다. 표 얻기 위해서는 머슴이요, 받고 나면 아침밥도 먹기 전에 나무 한 짐 해오라는 악랄한 주인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요즘 후보자 간 흑색선전, 대중 인기영합주의적 공약 남발. 잔혹한 술수, 사과와 읍소(泣訴)가 심각하다. 상대후보를 추악하고 잔인할 정도로 제거하려 한다. 제거 기준은 객관성이 없고 공평하지 않다. 상대 후보는 물론 백성을 졸(卒)로 여기는 아주 못된 처사다. 나그네를 유혹해 술을 마시게 하고 투숙시키는 프로크루스테스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돌변하는 우리 정치인이 뭐가 다르겠는가? 이런 인간들에게 나라를 맡겼으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 언제까지 우리 정치는 잔인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운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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