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지난해 10월에 개통된 제천의 '옥순봉 출렁다리'에 다녀왔다는 친구가 소식을 알려왔다. 본인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 수 있어서 먼 곳에서 오는 손님들 먼저 대접하다 보니 이제야 다녀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천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옥순봉 출렁다리의 입장료가 지금은 무료로 운영되지만 오는 4월이면 유료화된다고 하니 서둘러 다녀가라는 정보도 주었다. 아울러 멀지 않은 곳에 측백나무 숲길도 있으니 이왕이면 두 군데 둘러보면 좋을 것이라는 깨알 정보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개통 소식에 맞춰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일부 다녀가서인지 아니면 평일이어서인지 유원지 치고는 무척 한산했다.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서 보았던 사람들과의 어깨 부딪힘도 없었고 출렁다리의 흔들림도 별로 느끼지 못하였지만 빼어난 청풍호의 아름다운 경관과 상쾌하게 부딪히는 겨울바람이 정신을 맑게 가다듬어줬다.

가장 가까이에서 옥순봉을 느끼며 다리 건너 이어진 데크길과 야자매트 길을 따라 안내된 트레킹 길은 조용히 사색하기에 좋았다. 옥순대교와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인증숏 후, 친구가 소개해준 측백나무숲을 찾아갔더니 그곳에는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 측백 족욕과 측백 비누만들기. 활쏘기 등 체험이 안내되어 있지만 평일이어서인지 그곳도 문이 닫혀 있었다.

나무향도 맡을 겸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안내 표지를 따라 측백나무숲길로 발길을 옮기던 중 '토정 이지함 선생의 3가지 명답'이라는 글이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는 누구요" "부막부어불탐(富莫富於不貪)이라 하여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는 부자를 욕심내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인은 누구요" "귀막귀어부작(貴莫貴於不爵)이라 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귀인은 벼슬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누구요" "강막강어부쟁(强莫强於不爭)이라 하여 가장 강한 사람은 다투지 않는 것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글이 3가지 명답이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토정비결이나 점집을 찾아 한해의 운수를 보곤 한다. 토정비결이나 점괘를 본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과 현재에 대한 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걱정과 불안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운세나 점(占)을 보는 이유는 불안과 걱정에 대한 위로를 받기 위함일 것이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한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보여 달라고 한 적이 있다. TV를 통해 지나치듯 보았던 프로그램 중에서 한 무속인이 다섯 손가락을 설명하던 중 새끼손가락인 소지가 중지 손가락 마디보다 아래에 있으면 자식복 이 없다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정말 그런가 싶은 마음에 내 손가락을 먼저 펼쳐보기도 하고 곁에 있는 여러 지인들의 손도 펼쳐 보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자식에 대한 속내를 알 수 없어서인지 아리송하기만 하였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게 힘든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둔 요즘, 대선후보들의 말도 안 되는 공방과 유치한 공격들을 보면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자신들만의 확증편향과 불안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토정 이지함의 3가지 명답'으로 내가 받았던 위로를 건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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