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선거가 지방선거를 삼켜버렸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자신의 선거가 아닌 자당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마 예정자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일정부분 선거운동도 할 수 있지만 예비후보 등록은 물론 개인 선거 운동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곤욕을 겪고 있다. 각 정당이 정권 창출을 위한 목을 매면서 지방자치의 꽃인 지방선거가 사라졌다.

20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5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교롭게 올해는 대선과 함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해다. 대선이 치러지고 83일 후가 지방선거 일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대통령선거다. 그러나 지역이 떠들썩한 선거분위기는 단연 지방선거였다. 대선에 지방선거가 실종되면서 아직까지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기 어렸다.

지역을 위해 기여하고 봉사하고 일해야 하는 지역의 일꾼들이 중앙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을 보고 일해야 하는 지방의원들이 '공천'을 위해 중앙당에 얽매인다. 중앙당의에 의한, 중앙당을 위한 정치가 지방정치를 예속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을 총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위해, 대선에서는 자당 후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충성경쟁을 한다. 행사 시 의전을 맡고, 인원을 동원하고, 선거운동에서 궂은일을 도맡는다. 그 대가가 공천이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기초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국민들의 비난에 따른 면피용으로 결국 없던 일이 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회의원 4선규제,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등 정치개혁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27일 정치개혁 방안으로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 4선 연임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7개 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국회의원 동일 권역 4선 금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정치개혁 의제화로 진정성이 의심되는 지적이 많다. 정치개혁이 선거용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이 어느 때보다 국민들에게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 이를 회피하거나 면피용으로 끝나면 지방정치 발전은 더욱 멀어진다. 일부 정치권의 공약을 넘어서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집권과 지역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지방정치마저 중앙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의 자치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방의 미래는 어둡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제 중앙정치에서 지방정치가 벗어나야 한다. 지방정치와 중앙정치는 종속의 관계가 아니다. 동반자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의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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