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사람이 지녀야 하는 건전한 판단 능력이 상식이다. 많이 배우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침이 도를 넘고 독선으로 가득 찬 사람을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상식적인 사회에서는 모든 일들이 순리대로 처리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의 이 나라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여기는가. 아마도 '그렇다'라고 말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비상식적인 일들을 너무도 빈번하게 그리고 몰염치하게 벌여왔다. 어떤 정권도 예외가 아니라는데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정치권을 삼류라고 했겠는가. 한국에 관한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조사대상 180개 국가 중에서 51위였다. 2021년에는 32위로 상승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가 중에서 22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비상식적인 사회 갈등 구조 속에서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혼돈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민주당 정권이 국민들 앞으로 끌어낸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해야 할 가장 우선하는 일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모든 일들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게 된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막강하다. 그런 막강한 권한을 비상식적으로 사용하며 점점 제왕적 대통령으로 변해갔다. 선거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치고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 그런데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초법적인 권위에 사로잡힌 제왕으로 변모하게 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소위 참모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대통령이 결정하면 되는 거라는 말에 솔깃해 내리는 결정들이 대개는 비상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는 혼란이 이어지고 급기야는 탈이 났던 것이다. 대개 대통령이 고유권한이라는 미명하에 권한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부처의 장관들을 비롯하여 산하의 기관장들에 이르기까지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를 달고 비상식적인 권한행사를 당연하다는 듯이 행사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심지어는 가장 상식적인 집단이랄 수 있는 국립대학에서조차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으니 대통령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이제 5월 10일이면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 인수위를 꾸리는 과정이 갈등구조를 타파하려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선거과정에서의 공약인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며 조감도를 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직접 설명했다. 그런데 뒤따르는 일들이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 결국 이 일이 상식적인가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를 협치와 갈등 해소 방향으로 구성하고 그 역할을 임명받은 이들에게 맡기는 것처럼 내각을 구성하고, 국무총리와 장관이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결과로써 책임을 지게 하는 상식적인 정치와 행정을 펼친다면 성공한 정권으로 기록 될 것이다. 물론 총리와 장관 그리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 수많은 기관장들을 능력과 상식에 기초하여 선정하고 임명하여야 함은 가장 우선하는 전제 조건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제20대 대통령은 지겹도록 우리를 괴롭혀온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국민 분열을 치유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시작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더욱 상식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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