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이한우 화백의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 첫밗에 눈에 들어왔다. 가국현, 강호성, 민경갑 등 많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으나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사라져가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화면 앞에 서니 어린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따듯해진다.

현대문학의 대가 이한우 화백은 예향의 도시 통영 출신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오랑쥬리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회 및 수십 회의 각종 초대전 전시 경력이 있는 세계적인 명성의 화가이다. 우리나라 평론가들도 극찬하고,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미를 화폭에 담는 화가'라는 평을 받는 거장은 지난해 92세 일기로 작고했다.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으로 보관문화훈장과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프랑스 정부 문화 기사 훈장을 수훈한 큰 별을 잃은 것이다.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오방색과 굵고 검은 선으로 한국의 향토 미를 살려서 그린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풍경에서 호수를 낀 농촌풍경까지 점점 사라져가는 농어촌 풍경이 정겹다. 몽환적인 아름다운 우리 강산 연작은 어느 것을 보아도 꿈속의 고향, 피안의 세계 같다.

지금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초가집과 기와집이 어우러지고, 질서정연한 밭뙈기, 완만하게 누운 뒷동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아련한 옛 추억을 소환한다. 마을 보호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물동이를 인 아낙, 밭에서 일하는 농부를 보고 있으면 얼룩빼기 황소울음 소리도 들리는 듯 대자연의 숨결을 읽게 된다.

남녘에서 시작한 꽃바람이 살랑살랑 산과 들을 매만지며 화사한 꽃등 밝힌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꽃 피는 봄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이집트 사막을 다녀오기 전에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 미처 몰랐다. 카이로에서 알렉산드리아로 이동할 때였다. 자동차로 한 시간 이상을 달렸는데도 풀 한 포기 살지 않는 모래사막만 있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 소인-묵객들이야 풀 한 포기 살지 않는 사막도 아름답다고 할지 몰라도 대개의 사람은 녹음을 좋아하리라.

비옥한 땅과 자연풍광이 왕연한 우리나라는 축복의 땅이란 생각이 든다. 산은 산대로 바닷가는 바닷가대로 힐링의 무대가 되고 있으니.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을 지닌 산자수명한 경관은 계절에 상관없이 장관을 이룬다. 북한에 있는 금강산은 또 어떠한가. 20여 년 전 11월에 금강산을 다녀왔다. 단풍은 많이 떨어졌으나 쭉쭉 뻗은 미인송,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은 장엄함을 넘어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이난영 수필가
이난영 수필가

자연은 인간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빼어난 풍광은 화가나 음악가, 문학가를 꿈꾸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자연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보통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통영 해변의 멋진 비경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 수려함은 이한우 화백이 세계적인 화가로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는 갔지만, 그의 작품 「아름다운 우리 강산」은 후세까지 길이길이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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