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3 딸아이의 입시가 끝나자마자 제주도 한달살이를 마치고 온 선배 언니는 행복도 10점 만점에 10점을 거침없이 외쳤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하나씩 해나가는 사람인 언니의 행복은 한 달 휴가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에도 열정이 넘치는 이이는 승진도 마다하고 실무자로 지내면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 약자를 보면 즉시 손을 보태거나 나서고 자신의 것을 나눈다. 내가 바라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을 가진 참 좋은 사람이다. 옆에 있으면 덩달아 신이 나고 기운이 넘친다. 다섯 살의 나이 차이에도 친구가 된 건 비슷한 유머 코드 덕이기도 하다.

언니와의 대화에서 행복에 관해 물음을 받고 나는 몇 점인가를 살펴보니 내게 10점은 매우 부담스러운 점수다. 잘해야 7점 정도 줄까말까지만 그나마도 이 점수는 며칠 전 발표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보다는 높은 점수다. 우리나라가 146개국 중에 59위를 한 이 행복지수는 지난 3월 18일 UN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2년 세계 행복 보고서(2022 World Happiness Report)'에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5.935로 조사대상 146개국 가운데 59번째로 높았다. 이 지수는 사회적 지지, 건강 기대수명, 자유, 관용,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등 6개 항목을 바탕으로 산출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사회적 지지나 관용 등의 항목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은 6.039점으로 54위, 중국은 5.585점으로 72위였다.

이는 지역의 행복지수 조사와도 같은 결과로 나타난다. 우리 지역에서 지난해까지 10년간 충북도민 행복지수를 연구해온 충북참여연대 자료에 따르면 우리 도민의 행복지수는 대체로 58~59점 대로 나타났다. 측정 지표의 차이는 있지만 SDSN이 발표한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수다.

지난해 말 청주시민 592명을 대상으로 한 청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조사는 SDSN의 조사에서처럼 우리 사회의 사회적 지지나 관용 등 공동체 의식 관련 의견이 대체로 낮게 나타났다. 즉, 주민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대해 부정적 응답 비율이 높았고 주민 간 서로 의지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이 나타나 지역의 공동체 의식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성 소수자, 난민, 외국인 노동자 등의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과도 연관성이 높다.

사회적 지지나 관용 등의 사회환경적 특성에서 점수가 낮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서로에 관해 관심과 지지가 덜하다는 뜻이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여성가족부 폐지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비치는 모습을 보면 일면 이해가 간다. 사회가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특히 약자에 대한 시각이 엇나가는 모습이 뼈아프다.

박진도의 책 '부탄 행복의 비밀'을 보면 풍족하진 않지만 지구상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인 부탄 사람들은 행복의 근거로 가족과 친족, 이웃 간의 사회적 유대와 사회안전망을 말한다. 심지어 이 나라는 헌법에서 사회적 유대의 중요성을 규정하고 있고 공동체의 활력을 국민총행복의 9개 영역 중 하나로 정하고 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흔한 명제가 무겁게 다가온다. 해답은 공동체 회복에 있다 '나'만 중요시해서는 결국 나도 행복할 수 없다. 타인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애써야 한다. 내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부터 시작해보자. 다만, 코로나를 겪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공동체는 더 이상 기존의 공동체가 아닐 수 있기에, 변화된 사회에서 어떻게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