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여전히 많은 확진자들이 쏟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는 어느정도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4월 중순 이후에는 실내 마스크 사용을 제외한 수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조치를 검토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실로 얼마만의 일인지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것에 조심스러운 기대가 생긴다. 높은 백신접종이 중증 사망가능성을 낮추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고 하니 불안감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너무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져오는 불편을 감내하는데 한계를 느끼는 심리적 작용도 이런 기대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단시간 내 사회공동의 가치관이 변화되는데는 전쟁이나 재난과 같은 사건이 영향을 미친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은 농지재간과 농법개량, 지대법 개정을 가져왔고, 경신대기근(경술·신해 대기근)으로 행정이 마비될 정도의 국가적 위기가 도래하여 양반의 몰락이 가속화 되었다. 우리가 겪은, 혹은 겪어내고 있는 이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이 생각한 중요한 변화는 인간멈춤(앤스로포즈 Anthropause) 현상이다. 이 말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람의 이동과 활동이 멈춘 상황을 의미하데, 인간이 이동을 멈추면서 하늘이 맑아지고 야생동물이 도시에 출현하거나 하천을 떠났던 어류가 다시 돌아오는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인간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활동을 멈춘 대신 새로운 행동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사회·정치적 세력화를 도모한다. 실로 우리가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원인과 결과' 이상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퓨처스 브리프(Futures Brief)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주거와 이동, 사회 안전, 혁신기술, 환경 부문에서 주목해야 할 이머징이슈를 소개하였는데, 그 중 사회 안전 부문에서의 이슈로 생명 감시 체제의 등장을 뜻하는 '생물감시 정권(Bio-surveillance Regime)'을 제시했다. 생물감시라는 용어는 2013년 미국의 '생물감시 국가전략보고서'에서 소개되었는데,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하면서 어떤 생물체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옮겨올지 모르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를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논리이다. 여기에는 바이러스를 무기로 악용한 생물테러 위험 대비의 의미도 담겨있다. 이미 생물감시라는 자체는 우리 생활속에서도 쓰이고 있다. 휴대폰 추적, 홍채인식시스템, 지문인식시스템 등이 바로 생물감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 의료체계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방역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이 진행되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감시체계, 생물감시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분절된 정보를 통합하여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틀이 되는 것이 생물감시체계라고 보는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구조로, 앞으로 생물감시는 정부, 은행, 군사, 여행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할 것을 강요당할 가능성, 그 선은 어디까지인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코로나 19이후 세계가 근접감시에서 밀착감시로 전환될 가능성을 이야기 하였는데, 이렇게 일상이 감시체계로 들어가 있는 상황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전례가 없는 불확실한 미래, 변화의 방향을 찾기 어려워 과거의 지혜에서도 답을 찾기 힘들고 결과가 불확실한 대안을 드러내기도 어려운 시기에서 감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경제적인 풍요와 편리가 지금과 같이 유지되는 미래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감염병 재난과 같은 일들은 더 흔하게 일어날 것이다. 재난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진화된 과학기술이 주는 편익은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편안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공존하는 사회적인 영향과 윤리적 가치 지향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가 가까이 다가왔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