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절반 '체험활동' … "다함께 똑같이 꿈꾸다"

 

청주혜화학교 교문전경
청주혜화학교 교문전경

 

심명숙 교장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혜화학교(교장 심명숙)는 1988년 3월 21일 개교해 현재 86명의 학생과 48명의 교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구암길 52-7에 자리한 청주혜화학교는 사계절의 변화하는 풍광과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학교다.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을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남을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며 학생들의 개성과 자존감을 높여가는 열정과 사랑의 학교이다.

사회구성원으로 설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진로교육을 운영하고 있는 청주혜화학교 속으로 들어가보자.

 

잠재능력 끌어내는 맞춤형 교육

진로교육이란 말 그대로 '자기의 적성, 흥미, 능력에 알맞은 일을 탐색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평생 동안 진행되는 경험의 총체'를 의미한다.

현재 교육계에서 통용되는 진로교육은 대입, 취업에 국한된 것이 사실이다. 일반계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대입을 위해, 또 특성화고 교사들은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을 알아보거나 학생들의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고민한다.

사실상 대입이나 취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없는 특수학교의 진로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특수학교에 진로전담교사가 배치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진로전담교사가 지난해부터 배치됐다고 해서 그동안 학생들도 진로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으로 생활하고 싶은 욕구는 비장애인과 똑같다. 비장애인과 똑같이 결혼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봉사도 하고 싶고,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도 싶다.

이런 의미에서 청주혜화학교는 진정한 의미의 진로교육을 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로체험의 날(마술사)
진로체험의 날(마술사)

특히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꼭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인이 되어서 알아야 할 것들을 교육하고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살아갈지 교육하는 것이다.

이승오 교사는 "특수학생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새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재구성 다양한 활동 진행

청주혜화학교는 특수학생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함에 있어 교육과정 시수의 50%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해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여행을 주제로 잡았다면 초등학교 때는 미국에 대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중학교 시기에는 동남아와 아시아를 체험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기에는 유럽을 경험하는 식이다.

미국에 대해 공부하는 시기에는 미국여행을 가기위한 비행기 탑승수속부터 교육은 시작된다. 비행기 표는 어떻게 사야하고 비행기를 탔을 때 예절과 분위기는 어떤지 배운다. 이후에는 미국의 음식과 의상 등 미국의 문화를 하나하나 경험하고 체험한다. 실제로 미국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간다. 유럽이나 동남아 교육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중학교 자유학년제와 맞물리면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하는 수업은 학생도 지치고 교사도 지치는 상황이 많았었는데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과 교사 모두 활발해지고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초·중·고·전공과 과정은 종종 통합되기도 하고 무학년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주제는 교사들이 모여서 정하는 편이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 관계자는 "이 교육과정은 한 달에 한두 개씩 진행된다"며 "초창기였던 5년 전만 해도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경험이 쌓이면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수업 이외에도 청주혜화학교의 과정별 목표는 뚜렷하다. 유·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생활습관과 놀이를 통해 협동과 감각을 깨우는 활동을 한다면, 중학교 시기에는 꿈을 찾는 활동을 한다. 자유학년제와 병행하면서 ▷1일 30분 건강한 나 만들기 ▷잘할 수 있는 일 실천해 자기 효능감 키우기 ▷1인 1권 꿈을 찾는 체험노트 만들기를 한다. 고등학교 시기에는 나의 버킷리스트 만들기 등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전공과에서는 공예, 홈패션, 제과제빵 등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알아보고 작품과 물품을 판매하는 경험도 한다.

 

대학생활 체험 프로그램 충북대 방문

장애 학생의 다양한 진로 체험을 통한 체계적 진로 설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장애학생 대학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고등학교 과정 학생들을 중심으로 충북대학교 장애지원센터를 방문해 캠퍼스 및 장애지원센터 견학 및 탐방, 장애 대학생과 만남의 시간, 대학생활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또 대학생활 문화체험 주간에는 증명사진 촬영, 나만의 도장 만들기, 모의 대입원서 작성하기, 대학 문화생활(동아리 문화공연 등) 체험, 대학생활 특강(충북대 장애지원센터장)을 진행했다.

대학생활 문화체험(대학동아리체험-치어리딩)
대학생활 문화체험(대학동아리체험-치어리딩)

이번 프로그램애 참여한 학생은 "장애학생 대학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이라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체험 기회를 주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청주혜화학교 최초 창업동아리 '희망의 질주'

 

창업동아리 희망의 질주
창업동아리 희망의 질주

무한한 자유를 향한 열망


청주혜화학교에는 특별한 동아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희망의 질주'다. '희망의 질주'는 청주혜화학교 최초의 창업동아리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무한질주하고 싶은 학생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희망의 질주'에는 중·고등학교 학생 5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의 이동 수단인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단거리 물류이동을 위한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주 활동이다.

졸업선배 진로특강(청주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 박범준)
졸업선배 진로특강(청주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 박범준)

쉽게 말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한 배달 등 물류시스템을 만드는 것인데, 제품명은 '전동휠체어 트레일러'다. 이는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단거리 이송 및 배달을 할 수 있는 장치로 지체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향후에는 모의 크라우드 펀딩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승현 학생(고 3)은 "희망의 질주 활동을 하면서 학교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고 창업이 새로운 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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