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창귀 한국은행 충북본부 전문부본부장

청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무심천변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개나리와 어울러진 자태는 가히 견줄 바가 없을 정도였다. 벚꽃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마치 개미 떼처럼 많다. 벚꽃의 자태에 취하고 사진찍기에 바빠서인지 거리두기는 무색했고 서로의 경계도 덜했다. 적어도 벚꽃 아래에서는 코로나 엔데믹이 현실화되고 있다. 엔데믹이란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을 말하는데 치명률이 낮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엔데믹이 현실화되면 우리 일상생활은 오랜만에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고 그동안 자업업자를 중심으로 위축되었던 경제도 회복될 것 같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등으로 세계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관광업, 외식업, 도소매의 회복세 등에 힘입어 어느 정도 장기균형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 같다.

물론 다시 돌아온 일상이 이전의 일상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디지털화가 더욱 촉진되면서 공간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도 협업을 하면서 삶을 즐기는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엔데믹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까? 우선 글로벌 연결성에 대한 세심한 대응이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전세상이 밀접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였고, 나보다는 우리라는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아야 지구촌 전체적으로 이익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러하기에 경제정책도 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긴 흐름을 내다보아야 하겠다. 가령 중요 부품이나 기초소재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총수출보다는 부가가치를 중시하는 실리 위주로 나가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비함으로써 필요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급격히 확대돼버린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현금흐름이 열악하다 보니 손님이 끊기고 납품이 정지되면서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경제 고용의 85%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이들의 생태계가 붕괴되면 다시 회복시키는데 큰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박창귀 한국은행 충북본부 전문부본부장
박창귀 한국은행 충북본부 전문부본부장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방안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19가 준 가장 큰 교훈은 자연과 공존의 중요성이었다.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같이 자연이 우리에게 무한한 자원을 주고 있지만, 인간은 자연을 마구 채굴하고 대신 공해와 쓰레기를 돌려주고 있다. 우리가 지구를 소중하게 다루고 보전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보다도 더한 바이러스가 또 우리를 괴롭힐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개발, 자연의 복원력을 감안한 합리적인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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