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설 포화인 청주에 또 병원… '제로섬 게임' 우려

청주시내전경 /중부매일DB
청주시내전경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2020년 이시종 충북지사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충북도내 의료혜택 불균형 해소'를 지시했다. 충주 건국대병원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이 지사는 당시 회의에서 "충북대병원 등 대형병원이 있는 청주권에 비해 도내 북부는 의료혜택 수준이 낮다"며 "북부권 도민들이 의료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서울 아산병원을 찾는 등 의료혜택 확충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말은 2년 만에 뒤집혔다.

올해 충북도는 충주나 제천이 아닌 청주에 1천100병상의 대형병원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사업의 일환이다.

도 바이오산업과는 "지역주민들도 충북대병원 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수준 높은 대형병원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며 KAIST와의 사업추진 배경을 밝혔다.

충북대병원이 제 역할을 못하니 국내 유명 대형병원을 유치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충북도가 청주에 병원 유치를 준비하면서, 북부권 의료공백은 장기간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KAIST와 충북도는 대형병원 유치와 함께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한 의전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북부권 병원 신설과 의료인력 확충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의대정원 확대 및 조정은 전국 사안인 만큼 충북도와 KAIST가 의사 과학자 양성을 주장하면, 지역 총량제 형식으로 관리되는 의대정원 특성 상 북부권 의료인력 확충은 불가능해진다.

충북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의과대학 정원 수가 49명(의전원 제외)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충북보다 수가 적은 곳은 울산시와 제주도 뿐이다.

충주·제천시민들은 대학병원 진료 시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찾는다. 충주시청과 제천시청을 기준으로 40㎞ 이상 떨어져 있다. 차로 40여 분 거리다.

KAIST 오송캠퍼스 예정지에서 충북대병원까지의 거리는 15㎞ 남짓, 세종충남대병원은 17㎞ 거리에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2020년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약속하며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수백억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송에 1천100병상의 대형병원이 또 들어선다는 소식은 지역 의료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건국대 의전원 사태로 이미 의료 식민지 문제를 겪은 충북이 북부권 의료공백을 외면한 채 KAIST와 대형병원 및 의전원 사업을 또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빨대현상 등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심화시키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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