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우는 자와 함께 울라." 성서에 나오는 말이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두 달이 넘어간다. 개전 초기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심각하게 피해를 보는 것은 죄없는 민간인들이다. 현재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밝힌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은 500만명을 넘었고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전쟁과 평화는 대척점에 있다. 인류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로운 공존이지만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 우리도 6·25라는 비극을 겪었다. 전쟁은 아무리 미화해도 그 본질은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는 잔혹한 행위다. 다큐멘터리 '윈터 온 화이어'는 우크라이나 시민혁명을 다룬 영화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93일간 이어진 우크라이나인들의 반러시아 민주화 투쟁을 그렸다. 이들은 변변한 무기 하나 없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친위대에 맞서 싸웠다.

혁명은 친러시아 인물인 야누코비치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과 친서방 경제협력을 포기하고 러시아 쪽으로 기울면서 시작됐다. 시위대의 구호는 명료했다. "자유는 우리의 몫이자 권리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요충지 크림 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부추겨 우크라이나 정권에 맞서도록 만들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 연장선에 있는 비극이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돕기 위한 행렬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의 목소리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감동을 준다. 지난 3월 8일 서울에서 열린 '바담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음악가들의 연주가 끝난 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공연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바단 교수의 제자로 알려진 재즈 피아니스트 정은혜, 박진영, 강재훈 씨가 참여했다. 바단은 영상 편지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했고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이화여대 교수와 재학생들이 우크라이나 국가를 들려주었다. TRA Media 매체는 스팅(영국), 이매진 드래곤스(미국), 팻보이 슬림(영국), 위딘 템테이션(네덜란드), 바스티유(영국), 서브모션 오케스트라(영국), 브레인스톰(독일), 베이소울 앤 아이니우스(리투아니아), 살바도르 소브랄(포르투갈), 네타(이스라엘), 타라카(폴란드) 등이 참여하는 자선공연을 기획했다.

우크라이나 지하 벙커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아 본다렌코 연주에는 전 세계 바이올리니스트 94명이 영상으로 참여했고 수 십 만명이 이에 화답하며 응원을 보냈다. 3월 31일 독일의 중부도시 노트하우젠(Nordhausen)에서도 대규모 자선 콘서트(Benefizgala)가 열렸다. 한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한안젤라 씨와 김건이 씨가 연주했다. 여기서 얻어진 수익금은 전액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에게 기부됐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우크라이나와 전쟁 난민들을 돕는 세계 예술인들의 연대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예술인들의 메시지는 통역이 필요 없는 감동 그 자체다. 예술의 힘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는 만국 공통어다. 궁극적으로는 인간 본성의 회복과 세계 평화를 지향한다. 독일 철학자 엠마누엘 칸트는 자신의 저서 '영구평화론'에서 전쟁은 악이며 평화는 인류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세계인의 연대를 통해서만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우는 자와 함께 울며 이를 실천하는 세계 모든 예술인들에게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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