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적시성. 어떤 시기가 되면 적합한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직업의 적시성은 4월엔 장애인, 5월은 가족, 10월엔 노인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필요해진다.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기 때문이고 5월은 가정의 달,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4월을 지나며 장애인복지에 대해 다루지 못한 것은 사회복지사로서 직무 유기를 한 느낌이 들어 글을 쓰게 됐다. 특히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많은 말이 오가는 터라 마음이 더 쓰였다.

이동권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법 제 3조는 이동권에 대해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2020년 기준 교통약자는 인구 대비 29.7%이며 고령자 16.4%, 어린이 6.3%, 영유아 동반자 4.1%, 장애인 2.5%로 나타난다(교통안전공단 '교통약자현황' 참고).

그래서 이동권과 관련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의미며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뜻한다.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상에서도 엘리베이터나 경사로와 같은 장애인편의시설 대부분은 장애인 당사자보다 고령자나 임산부, 어린이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기본권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비장애인이 그렇듯 그들도 이동을 통해 원하는 교육을 받고 문화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사회참여를 원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도록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동권의 실현은 이동 수단의 자유로운 선택과 이용 방법에 따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리 등이 함께 필요하다.

20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우리 일행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있었다. 이동을 위해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 요청한 적도 없는데 역무원이 먼저 다가와 어디까지 가는지 물었고 일행이 지하철을 타는 것을 도왔다. 더 놀란 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장애인의 탑승 사실을 전해 들은 역무원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고 역시 우리 일행의 이동을 도왔다. 아무런 요청이 없었는데도 준비된 그들의 태도와 실행에 감탄했던 기억이다. 지금의 일본 정부는 대중교통의 신차 도입 시 휠체어 수용이 가능한 'UD택시'로 바꾸도록 의무화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에 반해 2021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를 보면 충북은 여객시설 이동편의시설, 접근로 보행환경, 보행자 안전도에서는 전국 평균값보다 높았으나 교통수단 이동편의시설, 저상버스 보급률, 특별교통수단 보급률 및 이용률, 고령자 및 어린이 안전도, 교통복지 행정에서 평균값 이하로 나타난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는 개인이 처한 여건과 관계없이 기본적 교통서비스로서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인이동권 운동의 시작은 1984년 휠체어를 타던 故김순덕씨가 '서울거리의 턱을 없애달라'는 요구를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로부터 38년이 지났지만 끊임없이 사고가 일어나고 대책을 요구하는 투쟁은 여전하다. 해결 방법은 비교적 명료하다. 장애인이동권을 더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 4월에만 필요한 적시성이 아니라 항상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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