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아내는 시계를 찰 때 행복감을 느낀다. 액세서리로 몸치장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지만 시계에 대한 애착만큼은 남다르다. 아내의 애장품은 단연코 시계다. 아내의 취향을 알고 있는 나는 살면서 기념하고픈 날이면 시계를 선물했고, 결혼 30주년에는 특별히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 아내는 외출할 때마다 명품 시계를 차며 행복해했고, 행복해하는 아내를 지켜보며 나도 행복해졌다.

아내가 외출하는 어느 날 명품 시계를 차려고 집어 들더니 시계가 멈췄다며 난감해했다. 내가 선물한 시계는 건전지가 들어있지 않고 태엽을 감아줘야 작동하는 시계였다. 시계를 차고 움직이면 자동으로 태엽이 감겨 괜찮지만 이틀 정도 차지 않고 놔두면 시계 바늘이 멈추게 되었다. 고급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게 건전지를 교환할 때마다 시계에 흠집이 생길 수 있어 태엽을 감아 주는 시계를 선호한다는 점원의 말에 혹해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음을 간과했다.

한 번은 아내가 시계를 차지 않는 날에도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일이 성가시고, 얼마나 감아야 하는지 가늠이 안 돼 신경 쓰인다고 했다. 심지어 태엽을 감는데 엄지와 검지가 아프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아내가 불편하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선물해준 마음을 생각해서 불편함이 있더라도 웬만하면 참아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반응했다. 이에 아내는 명품 시계를 선물해줘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과 태엽을 감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은 별개라며 반박했다. 아내는 선물해준 시계가 마음에 쏙 들어 흡족하고 행복하지만 태엽을 감는데 느껴지는 불편함을 전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시계의 태엽을 감는 문제로 아내와 감정의 충돌을 경험한 후 태엽을 감을 때 어떤 불편함이 느껴지는지 태엽을 손수 감아보았다. 태엽을 감는데 잘 돌려지지 않았고, 태엽을 얼마를 감아야 하는지도 가늠이 안 되었고, 심지어 태엽을 감는데 엄지와 검지가 아프기까지 했다. 나는 아내에게 "태엽을 감는데 불편함이 있었겠네. 불편하다는 말을 공감해주지 못하고 나의 서운한 마음만을 내새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내는 불편하게 느꼈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 받지 못해 섭섭했었는데, 감정을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고맙다고 답했다.

감정의 충돌과 관계의 갈등을 줄여주는 심리적인 중심축에는 감정의 수용과 공감이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 같은 것이 있다.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이 공급이 끊기면 심리적 생명도 서서히 꺼져간다."고 말했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처럼 숨 막히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감정의 수용과 공감이 주는 힘의 위력은 어떤 것보다 강하다. 태엽을 감을 때 아내가 느꼈던 불편한 감정을 내가 공감해준 이후로 아내의 볼멘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반드시 좋은 감정과 마음으로 반응하는 존재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감정은 옳고 그르거나 맞고 틀리다는 논리로 설명되는 범주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주는 마음은 건강한 관계를 맺어주는 생명줄 과도 같다. 심리상담가 우즈훙은 "어떤 관계에서든 내 감정이 받아들여지면, 그 순간에 내가 존재하며 상대도 존재한다. 바로 이것이 사랑이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말과 마음에 대한 공감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고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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