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꽃나비 어지럽더니, 어린 새 날개에 힘이 붙고, 후투티는 날라들고, 산 꿩 소리 우렁차다. 모든 생명이 쑥쑥 자라는 '가정의 달 5월'이 되었다. 5월은 '어린이날'을 필두로 8일 어버이날로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친다. 15일 스승의 날, 20일 세계인의 날, 21일 부부의 날, 31일 바다의 날로 의미 있는 기념일이 연결된다. 특히 올해 5월 10일은 새로운 국가수반의 집무가 시작되니 국가는 나라의 가정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는 '얼이 여린 이'이고, 어른은 '얼이 너른 이'이며 어르신은 '얼이 신처럼 밝은이'를 칭한다. 어울림이 넓고, 크고, 밝아 마침내 신과 같은 존재로 진화해야 한다는 한민족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얼'은 외국어로는 번역이 어려운 우리의 정체성이 서린 말로 '조화로운 어울림'을 뜻한다. 생명은 '알'에서 태어나 '얼'로 성장하고 이윽고 모두를 지키는 '울'이 되어야한다. '알, 얼, 울'이라는 성장과 순환의 생명좌표가 우리말에 이미 입력되어 있다. 누구나 아버님, 어머님의 알로부터 태어난다. 이 세상에 부모가 없는 생명은 단 하나도 없을 터, 내 부모님은 어디서부터 오셨을까?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로부터 오셨음이 분명하시다. 이렇게 위로 30대 정도 올라가면 내 조상의 수가 1억 명이 넘는다. 약 천 년만 올라가도 부모님과의 인연은 이미 족보와 민족의 개념과 범위를 초월한다.

'인류의 부모'는 누구일까? 과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남자, 여자는 동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고 주장한다. '생명의 나무 짜맞추기' 프로그램의 국제 연구진이 6년간의 방대한 유전자검색 연구로 '포유류 계보'를 완성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현존하는 태생포유동물 5천백여 종의 조상은 쥐 크기의 네발 동물이었다. 그 동물은 백악기 말 공룡 멸종 직후에 등장했으며 털이 복슬복슬 한 긴 꼬리를 갖고 재빠르게 움직이며 벌레를 잡아먹었다." 쥐의 모습을 한 우리의 옛 선조를 넘고 더 올라가면 생명은 결국 하나의 세포로 부터 이어져 내려 왔을 것이다. 생명의 첫 증거인 세포의 시작의 시작은 누구일까? 우리의 조상님들은 실로 현명하게도 '하늘 아버지, 땅 어머니' 즉 '천지부모(天地父母)'라고 설파하셨다. '텅 빈 하늘 아버지와 생기 가득한 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인간(人間)이라고 '가르치'신다. '가르치다'는 '가르다'와 '치다'라는 두 가지 뜻이 합성 된 말이다. '가르다'는 갈고 닦아 연마한다는 뜻이며 '치다'는 생명을 돌본다는 의미다. 옛말에는 가축만이 아니라 '부모를 친다.' 고도 하였으니 '가르다'와 '친다' 곧 '가르침'은 요사이의 '교육(敎育)'이다. 한민족의 진리의 보고인 '참전계경'에서는 '교육'을 다음처럼 정의한다.

(제130사 교敎) '가르침'이란 사람의 떳떳한 도리를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배움이 있으면 백 가지 행실이 그 근본 됨을 얻고, 배움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목공이라도 먹줄이 없는 것과 같아서 중심을 잡지 못하듯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게 된다. (제121사 육育) '기름'이란 가르침으로써 사람을 착하게 키우는 것을 말한다. 사람에게 일정한 가르침이 없으면 이것은 마치 옷에 깃을 달지 않은 것과 같고, 그물에 추를 달지 않은 것과 같아서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각기 자기주장만 일삼아 세상이 혼란해지고 만다. 따라서 하늘의 이치에 따라 사람을 가르쳐야 한다.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천지부모님을 가장 닮은 가정은 떳떳하도록 가르치고, 서로 이로운 존재가 되도록 기르는 '홍익가정'이다. 5월에는 모든 가정이 '홍익가정'이 되어 국경, 종교, 피부색, 빈부의 차이로 서로를 짓밟아 단 하나뿐인 '생명'과 '지구가정'을 파괴하지 않기를 간구한다. 텅 빈 법칙이자 가득 찬 생명이신 '천지부모'께서는 자식이 또 다른 자식을 해치는 것을 진정으로, 진정으로 원치 않으신다. 천지부모님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러하셨듯이 틀림없이 내안에 존재하시어 영원히 가르치고 계신다. 그걸 알아차린 이에게는 우주는 모두가 언제나 가르침을 받아 마땅한 가정일 뿐이다.

"우아일체 (宇我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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