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시인·문학평론가

자타가 공인하는 충북의 명문고인 청주고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청주고등보통학교로 개교했다. 교사(校舍)는 1925년 12월 29일 준공했다.

항일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포암(逋巖) 이백하(李栢夏) 선생은 1949년 6월 20일부터 1961년 2월 말까지 무려 12년간 청주고에 재직했다.

청주고 33회 졸업생인 붕촌(朋村) 이명종(李明鍾, 81세) 선배의 증언에 의하면, 이백하 선생이 청주고 재직 당시에는 안택수(安澤洙)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이항수(수학) · 정태성(경제) · 김재섭(정치) · 남기욱(영어) · 남상구(수학) · 홍기만(국어) · 백운기(국어) · 백명기(체육) · 양무석(국사), 이재경(수학) 등 실력파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전국 어느 고등학교에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한다.

그는 구한말인 1899년 4월 17일 충남 천안시 성남면 석곡리의 전주이씨 덕천군파(德泉君派) 가문에서 심재(審齋) 이건표(李建標)와 박노희(朴魯姬) 사이의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조부인 어당(?堂) 이상수(李象秀, 1820-1882) 선생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제자로 시문과 교육방법론에 능한 조선시대 말의 대학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리하여 이백하 선생은 조부의 유지를 이어받아 일평생 항일독립운동과 초중등교육에 헌신하다가 1985년 2월 16일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애교심이 남달리 강해 청주고 교가를 직접 작사하고, 청주고 교지 제호를 '문봉(文峰)"으로 정하고 1951년에 창간호를 발간했으며, 한국전쟁 때에는 피난도 가지 않고 홀로 남아 학교를 안전하게 지켰다고 한다. 그리고 내무장관과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김종호(金宗鎬, 1935-2018), 농수산부장관과 정부장관을 역임한 정종택(鄭宗澤, 86세), 14대 충주시장을 역임한 이상용(李相龍), 동국대 총장을 역임한 문학평론가 홍기삼(洪起三, 81세) 등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백하 선생은 항상 검소하고 근면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수업준비를 철저히 하여 학생들의 수준에 알맞은 수업을 하는가 하면, 국어와 한문 담당인데도 불구하고 역사의식이 남달리 강해 동양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고, 수필가인 우보(牛步) 민태원(閔泰瑗, 1894-1935)의 대표 작품인 '청춘예찬'을 가르칠 때에는 스스로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수업을 하여 학생들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특히 그는 틈나는 대로 자기의 항일독립운동 체험담을 유관순(柳寬順) 열사와 관련시켜 들려주고, 독립선언서를 가르칠 때에는 반드시 단정하게 한복 두루마기를 차려 입고 교단에 서서 열강하여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1955년 2월 7일에 중학교 교감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 승진을 포기하고 평교사로 정년퇴임을 했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촌지나 선물을 절대로 받지 않았는가 하면, 내신 성적 조작을 홀로 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평소에 말을 아껴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살아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고, 자기 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면서 규칙적인 생활과 청결과 근검절약을 생활화하여 타에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그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팔만대장경을 해독할 수 있을 정도로 불경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우암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용화사의 법회에 참여하여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시인·문학평론가

그래서 그런지 청주고의 이백하 선생 제자들 중에는 포암 이백하 선생을 인격이 높고 실력이 있는 훌륭한 교사로 존경하고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좀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제41회 스승의 날을 계기로 포암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과 사상을 기리기 위한 추모사업회를 조직하여『이백하 평전』을 발간하고, 1951년에 발간된 청주고 교지인『문봉(文峰)』창간호를 찾아내 청주고 도서관에 기증하며, 청주고 교정에 포암 이백하 기념비를 건립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