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요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의 질시(嫉視)를 받고 있다. 잘 되어, 잘 나서 시기(猜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정치의 두어라 못된 버르장이를 초장에 고치지 못한 탓이다. 충청권 3선 중진 의원인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 성비위 의혹에 휩싸여 당에서 제명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점에서 선거에 얼마만큼 악영향을 끼치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후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민주당은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보궐 선거 참패 등 유권자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은바 있다. 그런데도 정책위의장까지 지낸 3선 의원의 성비위 문제가 또 다시 터지면서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난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 영어(囹圄)의 몸이 된 오거돈·안희정 전 시·도지사가 '마지막'이 되기를 기대했던 국민이 있었다면 그 역시 필자와 마찬가지로 '아둔패기'였던 셈이다.

인디안의 속담에 "누군가를 평가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라"는 말이 있다. 남의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처지에서 본다는 말이다. 이쯤되면 정계은퇴 등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된다. 흔히 뉘우침이 없는 역사는 비극을 반복하고, 청산이 없는 역사는 미래를 지워버린다는 말이 있다. 작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은 탈각과 자구의 몸부림뿐이다.

문제는 국민의 절골지통(折骨之痛)을 외면하는 그런 자들을 정치판에 불러주는 유권자들에게도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떠올려 보지만, 모든 권력은 우리가 아닌 애초부터 그들에게 있었는 데도 말이다. 민의를 외면하고 제 잘난 맛에 정치를 하는 그런 자들을 뽑아준다면 국민들은 또 한 번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만 보더라도 그렇다. 입으로는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후진적 정치문화는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다. 읍소와 선동이 넘쳐나고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또 투표를 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기에 어쨌든 투표를 해야 한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는 또 그들에게 속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데도 말이다.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부자가 되려면 곳간부터 고쳐야 한다'는 말과 달리, 우리는 또 그들에게 곳간 열쇠까지 맡겨야 하니, 그들이 제발 생선을 탐내는 고양이가 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물론, 게 중에는 고양이로 비유하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할 이들도 있을 터이다. 무릇 '사불범정(邪不犯正)'이라고 했다. 바르지 못하고 요사스러운 것은 결코 바른 것을 범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원전 339년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정에서 독배를 마시고 비극적 생애를 마감하면서 말했다.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올바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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