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무원 면접관이다
나는 공무원 면접관이다
  • 중부매일
  • 승인 2022.05.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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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허풍같이 들리지만 남들이 뭐라 하든 나 스스로는 경험 많은 공무원 면접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전공분야 때문인지 2011년부터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기관에서 채용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채용면접 심사위원 요청이 부쩍 잦아 졌다. 나 스스로 추측하건데 인사혁신처 인재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돼있는 면접관 풀(pool)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가 자주 추천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면접관 추천 알고리즘에 내가 어찌 하다 보니 자주 걸린다고 혼자만의 추측을 해본다. 일정한 자격이 되면 누구나 면접관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면접관 인증을 받았거나 면접관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나 스스로의 평가라는 점을 밝힌다.

초창기 면접관으로 위촉이 되어 심사를 했을 때는 블라인드 면접이 아니었다. 지원자의 학력, 경력, 자격 등 지원서를 포함한 제출서류 전부가 복사되어 면접관 자리에 비치돼 있었다. 외부 면접위원은 들러리를 서는 분위기였고, '짧은 시간에 어떻게 지원자를 정확하게 평가 하겠느냐?' '오랫동안 고생해서 필기시험에 합격했는데 필기점수대로 선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에는 면접이 형식적인 통과의례 수준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당시 민간영역에서는 블라인드 면접, 역량기반 면접 등 새로운 면접기법을 도입하면서 채용과정에서 면접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면접이 공무원 채용과정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평가가 되었다. 필기시험이나 서류전형에서 1배수 이상을 합격시키고 최종 면접에서 1배수를 선발한다. 면접점수로 순위가 뒤바뀌기도 하고, 서류전형 이후 원점에서 면접평가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기도 한다. 면접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탈락을 하게 되고 필기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낮은 면접 점수로 탈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험난한 필기시험의 1차 관문을 통과하고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면접 준비로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면접장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블라인드 면접이 기본이고 과반수이상이 외부위원들로 구성돼 누구도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면접관들도 지원자들의 인생이 걸린 면접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매의 눈으로 답변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과거처럼 변별력 없이 평가하여 필기점수나 서류전형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평가로 진행되면서 면접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채용과정이 되었다. 지원자들에게 면접은 더 이상 통과의례가 아니라 면접관들에게 자신의 공직적격성, 발전가능성, 의사소통능력과 정신자세를 보여주어야 하는 '뮤지컬 오디션 무대'가 되었다. 지원자는 자신이 뮤지컬 공연 무대에 오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면접관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면접시간은 길어야 2-30분이다. 과연 그 짧은 시간에 면접 대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유창한 언변이나 수려한 외모가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닌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상당한 채용 면접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내·외부 면접위원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지원자를 평가하고 열띤 토론과 냉철한 판단으로 다양한 오류를 제거한다.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적합한 지원자는 과감히 과락을 통해 탈락시키는 결단도 내리고, 의견이 갈리는 지원자에 대해서는 면접관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면접관으로서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내 앞에 앉아 있는 지원자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선보일 뮤지컬 배우를 오디션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실력 있는 배우를 찾으려 한다. 대본만 잘 외우는 배우가 아니라 연기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대를 즐길 줄 아는 그런 배우를 기다리며 면접장에 들어선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 면접관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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