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 미술관 '종과 횡-강력한 염원' 개인전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여성의 초상에 주목한 작가들의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스페이스몸미술관(관장 서경덕)은 '종과 횡-강력한 염원'이라는 타이틀로 올해 4회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생사를 바꾸는 팬데믹 상황을 통과해 온 시간에 대한 성찰과 염원에 대한 기획이라는 게 미술관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록과 상징이라는 분류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는 '사진'으로 하반기에는 '상징적 회화'를 통해 살펴본다는 취지다.

우선 스페이스몸미술관 2전시장에서는 작가 김옥선의 '베를린 초상'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지난 1960년대 독일로 이주해 현재까지 베를린에 남아있는 전직 한인 간호사를 촬영한 인물사진전이다.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의 정서가 담긴 소품들이 숨은 그림처럼 놓여있다. 일테면 반가사유상이라든가 태극 부채, 개다리소반 등이다.

독립 큐레이터 안소현은 "김옥선은 역사의 이름에 끌려가는 개인들의 삶을 담담한 시선 앞에 붙잡아 세워두기 위해 파도 위의 서퍼처럼 안간힘을 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옥선은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 사진학을 전공 졸업했다. 지난 2010년 세코사진상, 2016년 동강사진상, 2017년 일우사진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등에서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또한 가오슝미술관, 홍콩아트센터, 부에노스아이레스국립미술관 등 해외에서도 전시한 이력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몸미술관 3전시장에서는 작가 주황의 'Departure출발'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김옥선의 전시와 맥을 같이 하면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여성에 대한 기록으로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여성을 담은 사진 연작으로 유학, 이민, 취업, 여행, 출장, 국제결혼 등으로 떠나고 맞아들이는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지인을 인천국제공항까지 마중하며 찍은 사진이 발단이 돼 이 작업들이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술비평가 김정현은 "헬조선, 여혐, 미투와 해시태그 등 다양한 현상이 비명을 지르듯 한국사회의 정적을 가르고 나왔다"면서 "여성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랜 사회적 갈등의 지연된 공론화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 주황의 'Departure'에 담긴 여성들이 목적지로만 기록된 익명의 인물들"이라고 표현하며 "정말 떠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집 안에 무겁게 발이 묶인 어떤 여성들의 은유상"이라고도 표현했다.

주황은 School of Visual Art와 예일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으며 2016년 'SeMA Mediacity Seoul, "Neriri Kiruru Harara'에 '의상을 입어라'로 참여한 바 있으며 합정지구에서 '상록시' 등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작가 주황은 지난 2012년 대전의 비혼여성 공동체 '비온후갬' 회원 중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 그룹 보슈 팀의 일원을 사진 찍은 '피리 부는 여자들'전시도 개최한 바 있다.

스페이스몸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최세준씨는 "김옥선, 주황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 관람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직접 대면하는 듯한 사진작품을 통해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신실 스페이스몸미술관 큐레이터는 "주관적 시점으로 조율된 리얼리티인 사진은 상상치 못한 의미나 아름다움을 발생시키는 순간의 박제로 현재 뿐 아니라, 과거나 미래까지 가늠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면서 "이동하는 사람을 세심한 관찰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을 통해 주체적으로 고난을 넘어서는 인물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박은지 starj3522@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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