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초록 숲이다. 자연이 차려준 공기와 햇볕, 바람도 고맙고 온 힘을 다해 품어대는 피톤치드도 고마운 숲이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빼곡한 숲길을 땀 흘려 올라가다 보니 산 중턱이다.

지인이 속리산국립공원 시민대학 강의를 듣자고 했다. 국립공원이나 탄소중립에 대해 알면 좋겠다 싶어 등록했는데 봉사활동을 한단다. 운동이나 할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참여하였다.

산 중턱에서 몇 십 년 동안 휴게소를 운영하다가 그만두었다는 자리는 생태적 복원 중이다. 전에도 쓰레기를 치웠다고 한다. 산비탈을 내려가자 플라스틱은 기본이고 빈 병들이 곳곳에 박혀있다. 금세 쓰레기가 한 가득이다. 이렇게 주워도 비가오거나 세월이 지나면 흙이 파이면서 땅속에 있던 병들이 계속 나온단다.

온전한 병은 그나마 나은데 조각들은 손 찔릴까 발에 밟힐까 조심스럽다. 봉사자는 동물들 다칠까 걱정이다. 멋모르고 뛰어다니다가 다치면 치료도 못 받고 얼마나 아플까 싶단다. 오랜 기간 방치된 쓰레기들이 언제까지 나오려는지. 녹슨 철 조각도 많이 나왔다.

봉사는 힘 있을 때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나, 봉사자들을 보니 나이가 많다. 81세도 있다.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만사 젖혀두고 산에 나와 봉사하는 부부. 가게 문 닫고 나오는 분도 있다. 나는 힘들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어서 봉사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시간 많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치부했었다.

땀방울 닦아내며 열심인 사람들. 명예, 보수, 그 어떤 혜택을 원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아서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때우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입고 있는 조끼를 보니 속리산국립공원 서포터즈. 2011년부터 속리산 보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비영리단체로 100여 명이 국립공원 홍보, 환경정화, 자원 보전 등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국립공원에는 서포터즈가 거의 있다고 한다. 전국 봉사자들이 모이면 몇 천 명이 된다고 하니 놀랍다.

마대에 담긴 쓰레기는 지게로 날랐다. 지겟작대기 대신 나무막대에 의지한 체 내려가고 우린 계곡에서 쓰레기를 더 주웠다. 그곳 역시 깨진 병이 많다. 쓰레기를 태운 곳에서는 병뚜껑과 타다만 플라스틱이 흉물스럽다.

페트병도 위험하단다. 햇볕과 어느 순간 각도가 맞았을 때는 불꽃 역할을 해서 산불이 날 수도 있단다. 과일껍질은 썩으니까 버려도 되겠지 했는데, 동물들 불임의 원인이 되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난다고 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담배를 피우며 걷는 탐방객은 없다고 한다. 시민의식도 높아져서 쓰레기는 되가져간다고. 탐방로를 내려오면서 봉사자들은 몸에 밴 습관인지 쓰레기를 계속 줍는다. 탐방로 곳곳을 누비며 환경정화도 하고 보수작업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상의하여 작업을 하기도 한다.

내려오는 길에 숲속에 누군가 텐트를 쳐 놓았다. 봉사자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알려준다. 국립공원은 여럿이 아끼고 보듬어야 할 재산인데 이런 분들이 있어서 듬직하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자원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라도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봉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보낸 하루가 뿌듯하다. 봉사를 통한 성취감, 자기 행복, 산을 오르내리면서 다져지는 건강을 덤으로 안겨준다.

봉사를 하면서 내가 치유된 날. 앞으로는 초록이 늘 스며들도록 자주 와야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