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최근 개최된 한미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는 경제·기술동맹으로 요약된다. 경제 안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한미 관계를 구축하고 세계 공급망?첨단 과학기술 등에서 소통하고 협업할 방침이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양자(퀀텀), 바이오 등 핵심 첨단기술 협력 강화가 예상된다.

기술 패권 시대를 맞아 '기정학(技政學)'이라는 용어가 회자 되고 있다. 그동안 지리적 환경과 정치적 관계를 나타냈던 '지정학(地政學)'이 자주 쓰였다면 전략기술 위주의 신 국제 질서 부상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대세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전 세계는 새로운 연대와 동맹을 통해 국가 생존을 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는 과학기술·디지털 선도 국가의 비전을 실현할 국정과제로 '국가 전략기술 초격차 R&D 및 디지털 국가전략'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초격차 전략기술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원전, 수소, 5G·6G, 미래 전략기술로는 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AI·모빌리티, 사이버보안 등이 후보로 제시됐다. 그러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일부를 제외하면 기술 수준이나 종합경쟁력이 선진국들과 비교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여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정세변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자료가 발표됐다. 얼마 전 특허청은 '발명의 날'(5월 19일)에 즈음해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내일을 바꿀 10대 발명 기술'을 선정했다. 1위 AI, 2위 로봇, 3위 미래차 순이었으며 수소(4위), 에너지(5위) 등이 뒤를 이었다. 바이오, 우주·항공, 신소재, 배터리, 반도체 기술이 10위 안에 포함됐다.

국민이 선택한 유망 기술 1위 AI를 육성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치열하다. 미국, 중국, 캐나다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자국의 지역 내 AI 테스트베드 및 연구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발간한 '글로벌 AI 클러스터의 성공 요인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실리콘밸리가 인접한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애틀, 보스턴에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튼실한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 광둥성 등 전국에 걸쳐 강력한 하향식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캐나다에는 토론토, 몬트리올, 에드먼턴, 밴쿠버에 우수 인재와 연구소가 집적돼 있다. 이들 AI 클러스터의 성공 요인은 최우수 인재 확보, '국가 AI 연구소'를 통한 경쟁력 제고, 클러스터 내 강건한 생태계 구축 등으로 정리된다.

무엇보다도 이를 견인할 인재 양성과 혁신기업 육성이 가장 큰 현안이다. 세계적 클러스터를 이끄는 혁신기업 성장의 토대는 '발명'과 'IP(지식재산)'다. 아마존 창업자이면서 혁신의 아이콘인 제프 베이조스는 154건을 발명했다.

제프 베이조스는 그의 저서 '발명과 방황'에서 유난히 실패를 강조했다. 심지어 아마존은 실패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소이며 마음껏 실패하는 중이라고 자랑한다. 그 과정에서 아마존 경영의 상징이 된 '식스 페이저(six pager)'가 활용됐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나 제품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직원들은 사업 기획 초기부터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도구가 아닌 텍스트로 된 6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인적 경쟁 절차는 아마존 성장의 밀알이 됐다.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다. 창의적 사고 능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실패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뚝심 등이다. 불가능을 상상하는 발칙한 탐색과 도전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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