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에 소방홍보 녹여내 더 친근하게 다가갈게요"

이주완 팀장과 이주호 작곡가.
이주완 팀장과 이주호 작곡가.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어서 빨리 내 가슴에 찬물을 뿌려줘~ 너 때문에 불타고 있잖아"

당장 119를 불러야 할 만큼 강렬한 가사가 인상적인 이 노래의 주인공은 현직 소방관이다. '어떻게 하면 소방홍보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그의 가수 인생은 열정으로 활활 불타고 있다.

이주완 충북도소방본부 소방홍보체험관 팀장은 지난해 12월 '오빠하고 너하고'라는 싱글앨범을 내며 가수로 데뷔했다.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그가 앨범까지 낸 이유는 소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음성소방서에서 예방안전과장을 하면서 행사를 많이 했는데, 사람들의 호응이 약했다. 동문체육대회 MC 등을 맡아온 경험을 살려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무대에 몇 번 선적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본 가수분께서 노래를 해보라는 제안을 했다. 가수로 활동하면 소방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수익금이 나오면 화재피해 지원기금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전을 하게 됐다."

KBS '무대를빌려드립니다' 코너에 출연해 소방안전을 홍보하는 모습.
KBS '무대를빌려드립니다' 코너에 출연해 소방안전을 홍보하는 모습.

이 팀장에게 가수를 제안한 사람은 음성군 지역가수 찬방씨다. 넘치는 재능을 알아본 그는 '바다의 왕자' 등 다수의 히트곡을 만든 유명 작곡가 이주호씨에게 이 팀장을 소개했다.

이후 이 팀장은 이 작곡가 앞에서 가수데뷔 여부를 판가름할 1대 1 오디션을 보게 된다.

"오디션에서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과 트로트 몇 곡을 불렀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가창력이나 이런 부분은 부족했지만 떨지 않고 신명나게 부르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다."

오디션에 통과했지만 가수로 데뷔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음반녹음이 이 팀장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다.

"'오빠하고 너하고'라는 노래를 받고 너무 신기하고 행복했다. 그런데 가수라는 직업을 갖게 되다보니 노래에 대한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오빠하고 너하고 앨범 이미지.
오빠하고 너하고 앨범 이미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 이 팀장은 피나는 노력을 했다.

"노래라는 게 그냥 부르면 되는지 알았는데, 발성부터 발음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특히 작곡가가 의도하는 방향과 맛을 살리기는 것이 중요한데, 어떤 부분은 건방지게, 어떤 부분은 섹시하게 강조하는 이런 것들이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오빠하고 너하고' 노래를 완성한 이 팀장은 'S오빠'라는 예명으로 청주시와 KBS 등이 주최하는 다양한 무대에 섰다. 특유의 무대매너로 호응을 이끌어낸 그는 무대 중간 중간 소방홍보 문구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주완 팀장이 동료들이 꾸민 '오빠하고 너하고' 무대.
이주완 팀장이 동료들이 꾸민 '오빠하고 너하고' 무대.

"소방홍보를 위해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소방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낼지 매번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이 풀리는 시점에서 도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방에서 고참 격인 이 팀장은 후배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주완 소방령
이주완 소방령

"소방관은 트라우마가 있는 직업이다. 오랜 기간 이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고 가슴 한켠이 답답해진다. 이런 후배들에게 인생의 ON과 OFF를 꼭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본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고 활력소가 된다. 저 역시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가족들도 의구심을 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모두가 응원하고 박수쳐 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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