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출범 관련 자료사진.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부매일db
충북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출범 관련 자료사진.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부매일DB

전국이 한바탕 소동이다. 민선 8기 출범을 앞두고 전국에서 인수위원회 출범이 잇따르면서 공직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충북만 하더라도 8일 충북지사직 및 청주시장직 인수위가 출범했다. 나머지 시·군에서도 인수위가 출범 또는 출범할 예정으로 속속 시동을 걸고 있다. 당선인마다 인수위를 구성하다 보니 지역의 덕망 있고 유능한 인재를 찾기 위해 그야말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인수위는 말 그대로 당선인이 전임자의 업무를 원활하게 인수하기 위해 구성하는 위원회다.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시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또 당선인의 취임 등에 관한 업무를 준비하고 이밖에 필요한 사항을 추진한다. 한마디로 앞으로 4년 간 당선인이 추진할 할 정책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임자가 추진하던 주요 사업들이 당선인의 정책과 상반될 경우 폐기되거나 방향을 바꾸는 등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같은 '키'를 쥐고 있는 곳이 바로 인수위다. 사업을 추진하던 입장에서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사업의 당위성이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경주하고 있다. 이 같은 '생사여탈권'으로 인수위는 소위 '점령군'으로 비유되곤 한다. 특히 과거 공직자들에게 호통을 치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인사 중 상당수가 당선인 취임과 함께 입성한 사례도 빈번하다. 이번에도 몇몇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공직자들은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인수위 구성과 역할은 앞으로 4년간 당선인의 활동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단추다. 인수위는 자신들의 눈높이에만 맞춰 현안을 점검하거나 사안을 살펴본다면 과욕과 독선에 빠질 수 있다.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자세로 현안을 점검해야겠지만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재원은 마련할 수 있는지, 가능한 사업인지, 시급함을 요구하는 현안인지, 다른 사업과의 연관성은 없는지 다방면에서 여건을 고려하고 살펴봐야 한다. 공약에 거품이 많다면 이를 걷어내는 것도 인수위가 할 일 중 하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면 솔직하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당선인이 이 같은 사실을 직시토록 분명하게 밝히고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를 회피한다면 4년간의 정책 수행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4년의 시간은 실상 그리 길지 않다. 더구나 인수위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다. 새롭게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뒤집겠다는 것은 과잉이고 욕심이다. 냉정하게 현안을 살펴보고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4년의 임기뿐만 아니라 이후를 바라보는 긴 호흡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아야 한다. 시민과 공직사회에서는 인수위가 어떻게 운영될지 벌써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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