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산 벚꽃이 필 무렵 아내와 부안 여행을 다녀왔다. 귀가 길에 곰소 젓갈시장에 들러 다시 멸치를 사왔다. 아내와 함께 거실에 앉아 멸치 대가리를 떼어낸 후, 멸치 몸통을 반으로 벌려 멸치 똥을 제거했다. 한참을 하다 보니 무릎도 아프고, 발이 저려오는 것이 멸치 똥을 제거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았다. 더군다나 손가락 안쪽 끝 살에 박힌 가시가 스칠 때 마다 아리게 느껴지는 통증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미세한 가시가 어디에 박혀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난감했고, 살갗에 박힌 가시를 감촉에 의존하여 수차례 빼내느라 애를 먹었다.

사람의 마음에도 가시가 돋쳐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욕구의 결핍과 욕망의 좌절로 생긴 마음의 상처가 고스란히 가시가 된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무의식속의 마음 깊은 곳에 상처로 남게 된다. 타인과의 비교심리에서 생겨나는 상대적인 욕구인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도 상처로 쌓인다. 마음에 돋친 상처는 뾰쪽한 송곳과 뒤틀린 철사처럼 가시 돋친 말과 행동으로 자신과 상대방을 콕콕 찔러 아프게 한다.

마음에 난 상처는 일생에 걸쳐 자존감을 약화시키고, 불안감과 우울감을 가중시켜 자신과 타인을 느닷없이 공격한다. 마음에 난 상처를 공감 받지 못하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건드려져 부정적 감정에 휩쓸려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불편한 심기가 자극되어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갈등을 유발시킨다. 마음의 상처는 열등감을 자극하고 피해의식을 촉발시켜 자신과 타인에게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무안하게 만든다.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과 무관하게 상대방에게 공격을 당하게 되면 마음이 고통스럽다. 마음의 상처가 건드려지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인 방어기제로 회피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마음에 아픈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의외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주고받는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삶의 에너지로 승화시키고, 어떤 사람은 상처에 종속되어 삶을 통째로 저당 잡히기도 한다. 법륜 스님은 "세상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 고통에 빠뜨리는 사람, 불안하게 하는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내가 과거의 나쁜 기억을 놓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있어서 생긴 문제예요. 그것을 자각하는데서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합니다."고 말한다. 삶의 고단함과 마음의 괴로움은 과거에 겪었던 아픈 기억을 붙들고 있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의 언행과 어떤 일로 상처를 받게 되는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과거의 상처는 과거에 발생한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와 미래의 삶에 끊임없이 부정적으로 영향력을 끼친다. 몸에 난 상처를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덧이 나 고통이 배가 되듯, 마음에 난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근심이 배가 된다. 심리학자들은 과거에 겼었던 마음의 상처를 없애려하거나 무시하고 회피할수록 과거의 상처에 얽매이거나 지배당하게 되고, 과거의 상처를 껴안고 사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마음의 가시로 남아있는 상처는 상처를 스스로 위로해주고 상처와 화해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 삶을 고단하게 만들고 관계의 갈등을 야기하는 많은 문제들은 과거에 겪었던 상처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 애쓸 때 꼬인 실타래가 풀리듯 해결될 수 있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삶의 괴로움을 덜 겪으며 살게 해준다. 프로이트는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살라는 처방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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