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단오를 즈음하여 청주문화원이 마련한 한해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단오맞이 세시풍속 체험 마당'에 참여했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북적거린다.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아 해낙낙하다.

단오부채는 임금이 재상과 시종들에게 무더위를 잘 보내라는 의미로 부채를 하사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체험하려는 사람이 많아 일찍 시작 했단다. 그런데도 30분은 기다려야 차례가 될듯하다. 체험하고 있는 아이나 기다리는 아이들 모두 호기심과 진지함에 물들어 있는 모습이 어여쁘다.

식전 행사로 청주농악놀이패의 길놀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흥이 절로 난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다 좋아한다. 얼쑤-절쑤! 세대를 아우르는 화합과 신명의 한마당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은 손자와 소원부적 만들기를 했다. 소원부적 만들기는 소원부적 도장을 찍고, 캘리그라피 팀이 원하는 글귀를 써주는 것이다. 어떤 말을 쓸까 고민하다가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다. 좋은 글귀를 예쁜 글씨로 담아낸 훌륭한 작품에 입이 귀에 걸렸다.

체험행사의 백미는 수리취떡 시식과 나눔이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예술인 수리취떡, 콩고물에 팥앙금이 들어간 맛이 일품이다. 얼음과 수박을 동동 띄운 오미자차가 시각과 미각을 사로잡으며,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큰 손자가 완성한 부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미술에 소질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기대 이상 잘 그렸다. 재능을 발견한 것 같아 흐뭇했다. 말린 쑥과 계피 조각을 넣어 만든 쑥 향낭 향기에 빠져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장명루 만들기와 창포 샴푸 만들기에는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어 다음 기회로 미뤘다. 활쏘기, 제기차기, 투호 놀이, 줄 죽마 등 큰 손자는 못 하는 게 없다. 유치원생인 작은 손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도 신바람이 나는지 체험장을 누빈다. 나도 학창 시절을 생각하고 제기차기했다. 다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믿어지지 않아 여러 번 해보았다. 마찬가지였다.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다가 허풍쟁이가 되었으나 웃음꽃은 피웠다.

세시풍속은 옛날부터 전해 오는 관습으로 계절에 맞추어 행해지는 고유의 행사와 풍습이다. 설날, 단오,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오랜 관습에 따라 음식과 술을 장만하며 새 옷으로 단장하고,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등 여러 가지 행사를 연다. 이러한 행사는 매년 반복되는 관습이어서 세시풍속이라고 한다.

이난영 수필가
이난영 수필가

농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농경의례고도 하는 세시풍속은 풍족한 마음으로 삶을 풍요롭게 즐기면 된다. 단오맞이 세시풍속 체험 마당으로 손자들과 선물 같은 하루를 보냈다. 민속촌에서나 가능한 세시풍속을 제대로 즐긴 것이다. 어른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주었다. 이는 지역문화의 중심에서 아름답고 풍성한 문화의 꽃을 피우려는 청주문화원이 있어 가능했다.

삶은 과거와 현재를 미래로 연결해 나아가면서 세상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점차 퇴색하고 있는 우리나라 3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를 시민들이 함께 즐기며 세시풍속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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