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평 시인, 시집 '길 위의 소방관' 펴내
퇴직후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 "관심 필요"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한 퇴직 소방관이 촌각을 다투는 각종 사고 현장에 출동해 겪은 애환을 시로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충북 증평지부 사무국장을 맡은 고제평(63) 시인. 고 시인이 펴낸 첫 시집 '길 위의 소방관'은 전체 3부로 구성됐다. 1부 출동, 2부 소방관의 길, 3부 외상 후 스트레스다.

'시간 전쟁', '한낮의 질주', '탈출', '체력검정', '추석 당직', '아쉬운 이별', '뺑소니', '다비식', '평일의 비극', '트라우마 쓰나미' 등 사건·사고를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으로서의 온갖 경험을 연작시 형식으로 엮었다. 이 시집은 시산맥 34차 감성기획시선 공모에 당선했다.

고 시인은 시를 통해 소방관으로 살며 절박한 상황에서 느낀 실상을 기록하고 공유했다.

고 시인은 "매 순간 촌각을 다투며 달려온 인생에도 두고두고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고,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며 "시가 그려내는 사고 현장들은 느닷없이 맞게 된 불행한 현실의 사실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나영순 시인은 이 시집 해설에서 "고 시인의 체험적 시편들은 울림이 있다. 읽는 내내 통증이 새겨지지만 여태 모르고 있었던 생생한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진정성 가득한 문장들이다"고 평했다.

고 시인은 고향인 원남면 지역대에서 10년간 근무하면서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고향에 근무하다 보니 사고 피해자 중 많은 사람이 지인이었다. 이웃사촌의 교통사망사고 현장에도 출동해야 했다.

고 시인은 "이번 시집은 소방관들이 겪는 상황을 좀 더 내밀하게 알려 후배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에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수많은 목숨을 살리고도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전현직 소방관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퇴직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로 치료받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로도 개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장애다. 국가 차원의 세심한 배려가 절실한 이유다.

1991년 소방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2018년 음성소방서 중앙안전센터 팀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28년간 수많은 재난 현장에 출동했다.

2018년 1월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한 고 시인은 증평문인협회 사무국장, 청주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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