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보고 싶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멀어져가는 인생길에 어깨를 나란히,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짧은 소풍길을 함께 걸으며 넉넉한 마음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또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푸르름 가득한 오월이다. 허물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어릴 적 친구들이 모였다. 세컨하우스의 꿈을 향수의 고장에 마련한 친구의 별장에 초대를 받았다. 엄마 손 잡고 외갓집에 다니던 어린 시절 따듯한 기억이 그곳에 발길을 머물게 했다는 것이다.

커다란 통창 밖, 먼 산위로 쑤욱쑥 올라오는 붉은 해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뒤이어 펼쳐지는 운무가 한 폭의 동양화로 장관을 이룬다. 매일 아침 동녘의 기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 할 수 있는 해 뜨는 집이다. 침대 위에서 아침 해를 맞이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았다.

그 곳에 가면 내 인생의 젊은 날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정겹다. 첫째와 둘째가 태어난 우리 아이들의 고향이기도 하니 말이다. 언제든 두 팔 벌려 반겨주는 오랜 벗이 여전히 그 곳을 지키고 있는 그리움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의 빛나는 청춘이 머물러있는 그 자리에, 울긋불긋 꽃 대궐을 짓고 싶은 꿈을 꾸었다. 우연인 듯 인연인 듯 남겨두고 온 것에 대한 빛바랜 사진이 있는 그 곳에 친구가 있어 쉼을 얻을 수 있는 보너스를 탄 것 같은 또 하나의 감사다.

칠십여 명이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오전 오후반으로 수업을 하던 시기를 살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되던 때다. 힘들고 어려운게 뭔지 모르는 철없는 동심은 그저 학교생활이 즐겁기만 했다. 동시대 같은 학교에서 어깨동무하며 지내던 그 꼬마 친구들이 밤새는 줄 모르고 그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겨울 춥지는 않았는지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그런 찐한 친구들이다. 커피 한 잔을 나누는 여유와 그 따스함의 온기가 온 몸을 감싸는 시간 이었다. 너와 내가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며 살갑게 익어가는 향기로운 만남이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육십여 해의 봄이 가고 또 여름이 오고 인생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흘러가는 동안 우리의 우정도 인격도 함께 익어간다. 삶의 길목에서 언제든 어떤 일에든 무조건 달려올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커다란 재산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계절이 지나면 시든다. 하지만 인연의 향기, 사람의 향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순간이 모아져 인생이 되는 것이기에 지금이 행복하면 모든 날이 다 행복으로 물들 것이라 확신한다.

순수한 동심의 그리움이 만남의 향기, 삶의 향기를 더하는 오늘이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나의 어린 시절과의 만남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진정 추억이 많은 행복한 부자가 될 일이다. 나이듬은 청춘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물빛, 달빛, 햇빛, 꿈길을 공유하며 그리운 벗들과 노을빛 인생길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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