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동욱 청주시 친환경농산과 농산지원팀장

내가 공무원이 되기 전 어릴 적엔 비가 많이 와서 온 마을이 온통 물에 잠기고 냇가엔 돼지가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무겁고 큰 돼지가 어떻게 물에 떠내려가고 있을까?

어느 적엔 비가 내리지 않아 들녘이 온통 메마른 대지로 덮고 한 떨기 바람에도 흙먼지가 일어나는 들녘을 보면서 이상하다? 왜? 비가 오면 온다고 난리 안 오면 안 온다고 하늘만 원망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

작고 좁은 소견에도 동네 어르신들 모습에서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보면서 애처롭게 비쳐졌다.

내가 젊은 시절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호기심으로 농업직 공무원에 입문하여 농촌의 어르신들과 농정업무를 하면서 각종 불필요한 민원들로 인하여 짜증도 냈고 하면서 이제 이 자리에 서 있다.

간혹 내가 왜? 여기 서 있는걸까? 이 길이 내 인생에 최선의 방법인가 란 의문에 많은 고민의 갈림길도 있었다.

계절마다 지속적으로 다가서는 업무의 과중함과 농민들의 푸념과 한숨이 내 일이 아닌냥 외면하기도 했다.

최근 3개월 동안 내린 비가 예년 평균 강우량에 10%도 안되는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내일이 아니다란 결론부터 출발하여 외면했었겠지만 올해부터 농업재해업무를 맡으면서 그 옛날 어릴 적 마을 어르신들이 걱정하고 푸념하고 하늘을 탓하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뭄대책이 예전보다는 좀 더 과학의 능력을 빌어서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농민들이 농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그만큼 경제적인 고통도 함께한다.

가뭄이 더 지속 되면 안되는데 내가 바빠지고 고달픈 것보다는 1년 농사를 시작도 하지 못하는 농민의 시름이 가슴속에 더 다가온다.

오동욱
오동욱 청주시 친환경농산과 농산지원팀장

비록 농사를 지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젠 각종 재해로 인한 농민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요즘 내 모습에서 가뭄을 해갈해 주는 소중한 빗줄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그 누군가에게 간절히 빌고 있다.

팍팍한 땅위에 단비가 내리는 상상을 해본다.

애타는 농민의 마음에 한줄기 빗줄기를 내려 달라고.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