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세계 유일의 국제종합무예 경기대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무예인들이 20여 종목별 경기대회, 연무, 기록경기를 치른다. 2016년과 2019년 2차례 충북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예정됐던 3회 대회는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 무예마스터십이 자칫 폐지될 운명이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당선인이 후보 시절 "충주시 차원에서 무예체전(무술축제)을 열 수는 있겠지만, 충북도 차원에서는 없다. 2차례에 걸친 무예마스터십 관련 예산 집행 내용도 꼼꼼히 살펴보겠다. 무예마스터십 폐지에 따른 예산을 출산장려금 등 현안 해결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폐지의 결정타는 "무예마스터십 대회 주최이자 국제 인정기구인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위원장 이시종 현 충북지사. 본부 청주)를 없애겠다"는 김 당선인의 선언이다.

당선인은 선거 다음 날(2일) "검토 후 결정하겠다"고 폐지 발언의 수위를 낮췄다. "(나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잘 모른다. 꼭 필요한 것인가, 거기에 얼마나 돈이 들어갔는가, 그런 것을 꼭 거기에 써야 할 것인가 문제를 인수위 과정에서 점검하고 판단하겠다" 무예마스터십 폐지를 단호히 주장했던 입장에서 한 발 빼 존치의 실 날 같은 여지를 남겼다.

취임을 앞둔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무예마스터십 담당 공무원과 시민 등의 여론을 통해 애초대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충북도의 WMC 운영비 지원은 예산 낭비라는 비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차례 걸쳐 지출된 예산이 226억원이다. 극소수 관중 속에 참가자들끼리 치러지는 등 인기와 관심 없는 대회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이다. 참가자의 불법 체류 빌미를 제공해 국제 문제화도 폐지에 한몫하고 있다. 경제 유발 효과의 미미함/전무는 폐지 이유에서 가장 결정적 인자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첫 숟가락에 배부르지 않다. 초창기 프랑스 근대 올림픽은 지금처럼 세계적 축제는 아니었다. 일부 국가에 서양 중심의 종목에 국한해 그들만의 축제에 지나지 않았다. 거듭할수록 참가국이 늘고 종목이 세계화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88올림픽 때 태권도가 온 체급을 휩쓸다시피 했다. 태권도가 세계화되었지만, 타국의 태권도는 우리 태권도 기량에 범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태권도는 한국의 국기(國技)를 넘어섰다. 무예마스터십 도 연륜이 쌓이면 각종 전통무예의 세계화로 올림픽 못지않은 관심과 인기를 끌 것이다.

각종 국제기구가 창설되었고 국제 위상도 강화됐다. WMC는 유네스코 상임 자문기구로 IOC 등과 비견되는 국제기구다. GAISF(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 회원자격도 얻었다. 9개국에 NMC(국가별 무예마스터십위원회)가 설립되어 국제 행사의 면모를 갖췄다. 국제무예 액션영화제와 무예소설 문학상 공모전도 무예마스터십의 평가절상에 한몫한다. 따라서 폐지는 국제 약속을 파기하는 행위로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각국의 전통 무예가 세계화되지 않은 데다 전통 무예가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띠어 이들의 교류와 기량 발휘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기고 지는 순위 경쟁인 올림픽과 달리 전통무예 문화를 공유하고 한마당 축제의 장으로 승화할 수 있다.

김 당선인의 폐지 주장은 선거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후보자들의 무예마스터십 존치 주장에 대한 반발심리로 보인다. 정(正;민주당 공약)과 반(反:국민의힘 공약)의 전략을 통해 합(合:당선)을 이루고자 함이 아닐까.

충북은 고려 시대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주조, 인쇄해 정보통신의 획기적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1991년 전국 최초 정보공개 조례를 제정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큰 역할도 했다. 충북의 위상을 높인 일대 사건이다. 무예마스터십 계승발전은 또 한 번 충북의 위상을 높이고 충북을 세계 무예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중국이 이 대회를 넘보고 있다. 폐지되면 중국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이다. 예상되는 중국의 세계 전통무예 대회는 올림픽 못지않을 거다. 전통무예 무성국(茂盛國)임에도 한국, 그것도 소도시 청주가 전통무예 대회의 닻을 올려 상했던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말이다.

김 당선인은 눈에 보이는 예산과 귀에 들리는 여론을 핑계 대지 마라. 긴 안목에서 과거와 현재 너머의 미래 가치를 주도면밀히 검토하라. 더 멀리 보기 위해 더 높게 나는 갈매기의 지혜를 터득하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LIV 골프로 PGA 투어에 정면 도전했다. 무예마스터십. 올림픽에 도전해 무예 올림픽을 창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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