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씨
민들레 꽃씨
  • 중부매일
  • 승인 2022.06.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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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초록 잎사귀 위로 노란 꽃을 피운 민들레,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본다. 낮은 자세로 오로지 홀로 제 소임을 완성해 내는 꽃, 여린 숨결의 꽃, 낮게 더 낮게 드러누워 있다가 움을 틔우며 세상과 만난다. 봉오리를 터트리는 것은 자신의 여린 꽃잎을 비바람 몰아치는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땅에 납작하게 붙어 고운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딸 같다. 남자들이 대부분인 군대에서 특별히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만의 일을 수행해야 하리라. 이미 활짝 꽃을 피우거나 솜털 붙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기존의 질서 속에 이제 막 씨앗을 내리고 잎을 틔워야 하는 초보이다.

처음이라는 말은 설렘이 있다. 첫 임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 생도 생활을 마치고 육군 장교로서 맡은바 본분을 다하려 첫발을 내디딘다. 훈련받을 때마다 마음 졸이며 응원했었는데 졸업이고 임관이다. 딸은 그동안 고된 훈련을 "힘들었던 경험도 자산"이라고 표현하였다. 비와 바람을 견디고 핀 꽃이 아름답다. 딸에게 훈련은 더 깊고 아름다운 삶의 꽃이 되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꽃가루를 매개하는 충매蟲媒화 민들레가 씨앗이 완성되면 멀리 날리려고 솜털을 매단다. 솜털같이 하얀 관모冠毛, 즉 깃털 달린 씨가 바람에 날린다.

갈색 수 과를 단 털들이 일제히 비상한다. 사소한 생명이란 없다. 작은 씨앗 하나라도 수많은 인연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새로운 삶을 찾아 비상하는 꽃씨는 바람에 날려 자신이 닿은 곳이면 자갈밭이든 가시덩굴이든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하지만 뿌리내린다고 다 번식하는 건 아니다. 힘들게 자리를 잡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번식에 성공하는 경우가 2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종착지가 어디인지 모르면서 내려앉아 둥지를 튼 씨들의 여행. 아주 작고 앙증맞지만, 여정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골목길의 보도블록 틈이나 도로포장이 갈라져 약간의 흙이라도 있는 곳에서 악착같이 자라는 힘든 환경이다.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토질이 메마르거나 습하거나 단 한 줌의 흙만 있으면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는 질긴 생명력이다.

인생의 첫발을 내딛는 딸이 민들레 꽃씨가 틈새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남자도 아닌 딸이 군인이 된다고 했을 때 적잖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확고한 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삶의 목표를 중학교 때 군인의 길로 정했단다. 그런 다부진 의지로 지휘능력을 발휘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처세하다 보면 성공을 위한 좋은 씨앗이 되리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이다. 자연은 원영이정의 원리를 되풀이하며 끝없이 순환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바람 부는 날, 파도치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일까. 상처받지 않는 삶이 어디 있을까. 힘겨운 일 끈기 있게 견디고 나면 인생에 꽃필 순서가 바로 눈앞에 있으리라.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만 비옥한 땅이 된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좀처럼 시들지 않고 끈질긴 삶을 살아 내는 민들레처럼 시련을 견디고 인내하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는 날이 오리라.

넓은 세상을 향해 발돋움하는 민들레 꽃씨가 훨훨 날아 멋진 꿈 펼치듯, 딸은 분명 빛나는 시간을 걷고 있다. 꿈과 비전을 향해 미래로 나아가는 딸. 첫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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