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역사회복지 실천가로서 그 어느 때보다 올해 바삐 움직이는 이유는 올해가 4년에 한 번 지역사회복지와 관련된 중장기계획이 수립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이라 불리는 이 계획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 일환으로 도입되어 5기를 맞이하였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 수요를 전망하고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지역단위로 설계, 추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계획의 주요 목적이다.

지난 3기까지는 지역사회복지계획으로 불리었으나 2015년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지역사회보장계획'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에서 각각 작성한다. 지난 4회에 걸친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실효성이나 유용성에서 비판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지역사회복지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1기 계획부터 꾸준히 광역과 시·군계획 수립에 참여하면서 실효성 있는,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했는가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지방자치단체의 특수성을 기초로 하되 국가 정책의 보편적 방향을 반영하여(통합성) 지역주민의 참여(참여성)와 다양한 지역 내 서비스 공급 주체들과 이해관계자의 협력(협력성)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잘 준수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고 보니 관의 주도로 계획이 수립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주민들 관심이 낮아서 주민 참여를 이끌지 못했다. 특히, 계획 수립 시기가 민선 자치단체장의 임기 시작 시기와 같아서 일부 지역은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 사항 이외에는 지역사회보장에 대한 중장기계획을 담아내지 못하는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지방재정의 자립도에 따라 내실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지역에 꼭 필요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채택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사회복지'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한정된 분야였다면 4기 계획 이후 '사회보장'으로 확장되면서 계획에 담아야 하는 영역은 보건, 고용, 교육, 주거,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정책을 포괄한다. 그래서 복지와 타 부분의 연계와 협력의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

5기 계획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지역사회복지의 이정표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업을 중심으로 사회보장 전략체계를 수립하고 지역의 사회보장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노력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관내 시·군·구 간 사회보장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지역사회보장 인프라 등 시·군·구 간 복지 격차 해소를 위한 시도의 지원역할을 명시해야 한다. 국가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도 새롭게 출범하면서 국가와 지역 모두에서 다양한 사회보장정책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지역사회보장과 관련한 환경변화를 고스란히 맞이하고 있는 지금, 5기 계획에는 이러한 내용이 시의성 있게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간략하게 보자면,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지역 내 사회보장과 관련된 총괄적인 실행과정을 수립하는 것이다. 충청북도와 청주시의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연구자로서 할 일은 그동안의 연구에서처럼 다소 기능적인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제안이 아니라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러 한계 앞에서 수많은 타협을 해 나갈 수도 있으나 계획 수립을 통해 지역의 역량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기본적인 목적은 명심해야겠다. 지난 경험을 복기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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