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미국의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타트업 환경을 갖춘 도시 순위를 매년 발표한다. 전 세계 100개국 28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2022년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280개 도시 중 글로벌 Top 10에 선정됐다. 지난해 16위에서 6단계 상승했다.

서울은 2019년에는 30위권 밖에 있었으나 2020년 20위, 2021년 16위로 올라서면서 지속적으로 순위를 높혀왔다. 서울의 창업생태계에 대한 가치 평가는 2020년 47조원에서 올해 223조원으로 2년 사이 4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순위는 1위 실리콘밸리(미), 공동 2위 뉴욕(미)?런던(영), 4위 보스턴(미)이며, 글로벌 Top 20 내 아시아 도시로는 베이징(5위), 상하이(8위), 서울(10위), 도쿄(12위), 싱가포르(18위)가 포함됐다.

서울이 경쟁력 있는 글로벌 벤처 거점으로 부상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희망적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간과할 수 없는 그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도권이 지역의 유망 창업자와 스타트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 자료에서는 지방 소멸의 원인으로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을 들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새 정부가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비전 대국민 발표' 자료(2022년 5월 4일)를 보면 우리나라의 극심한 지역 간 격차 및 양극화 현상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식의 영역을 넘어서며, 지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팽배하다고 지적한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기회의 균등, 정의가 부재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자율·희망의 균형발전 3대 가치 아래 주요 과제로 '중앙집권체제에 의한 정치·경제·사회·문화 권력의 수도권 일극 집중 현상 해소', '지방발전을 통한 국가 경제의 재도약', '공간적 정의 구현을 통한 국민통합'을 꼽았다. 이제는 지역 살리기를 위한 거침없는 '방향 전환'(pivoting)이 시급한 때다.

대덕 특구 기반의 과학기술 전문매체인 '대덕넷' 이석봉 대표는 수도권 국토 면적 11.8%에 인구 절반이 사는 문제가 난제 중 난제라고 진단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타파가 시대정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주목하는 곳이 포항 포스텍(POSTECH)에 위치한 '체인지업 그라운드'다. 지난해 830억원을 들여 조성한 창업 공간으로서 포스코(POSCO)의 '제철보국', '교육보국'에 이은 '벤처보국'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포스코는 2019년에 모은 청년창업지원 1조 자금을 활용해 포항을 4차 산업혁명의 교두보로 만들 계획이다. 신소재, 배터리,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인공지능, 바이오 등 철강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포스텍 박사 30% 창업, 연구실 DB 구축, 글로벌 마케팅의 연결고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요람이 '체인지업 그라운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체인지업 그라운드가 표방한 캐치프레이즈는 '또 하나의 태평양 밸리'(Another Pacific Valley)라는 담대한 목표다. 실리콘밸리를 겨냥한 과감한 도전장이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비수도권의 이러한 공간들이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까닭이다.

기술 패권 시대에 지역발전에서 과학기술은 필수적이다. 결국 지역 성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기반 산업 및 벤처캐피털·엔젤, 액셀러레이터가 투자할 창업생태계를 튼실하게 해야 한다. 지역의 지식생태계와 비즈니스생태계를 촘촘히 잇고, 지역맞춤형 아이템과 전략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충북형 '체인지업 그라운드' 조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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