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마음 살피며 빛으로 인도하는 등대 되고파"

김기윤 변호사 /김명년
김기윤 변호사 /김명년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최근 변호사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내용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처럼 자폐증을 앓고 있지는 않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 속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힘이 되어주는 충북 출신의 변호사가 있다. 2년째 북한 피살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를 만나봤다. / 편집자



"등대가 깜깜한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밝은 빛으로 인도하듯, 저도 제가 쌓은 지식으로 우리 사회 권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등대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 피살 사건, 코로나19 백신 후유증, 윤미향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논란. 김기윤 변호사는 최근 3년간 불거졌던 사회적 이슈마다 약자의 편에 서서 함께 동행했다. 특히 해수부 공무원 북한 피살 사건은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피살당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한 증거가 없다고 밝히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에서 태어난 김 변호사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소위 말하는 '흙수저'였던 그는 어렸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해 항상 영양실조에 시달렸다고 한다. 보은 관기초등학교에 다닐 때 고등학생이던 친누나가 돈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청주에서 혼자 고등학교를 다니던 누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어떻게든 돈을 벌어 집안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호사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해서 법대에 갔다"고 회상했다.

보은 보덕중학교와 청주 청석고등학교를 거쳐 충북대 법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군 복무를 마친 후, 4년의 고시 공부 끝에 서른 살의 나이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고시 공부할 때 돈이 없으니 서울 신림동에서 독서실 총무를 하면서 고시원에 살았는데, 고시원이 누우면 남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비좁아 마치 관 속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김 변호사의 변호사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해 있다. 어렸을 적의 소원처럼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됐지만, 정작 변호사로서의 행복과 보람은 돈 벌이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며 "변호사가 되길 잘했고, 또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기윤 변호사 /김명년
김기윤 변호사 /김명년

김 변호사는 북 피살 공무원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2년 가까이 노력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승소했고, 킨타나 UN 인권보고관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필 편지를 받았고, '월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반박했다. 게다가 국가정보원은 월북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을 몰랐다"면서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한 걸을 한 걸음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직접 찾아가 손을 내민다. 북 피살 공무원의 유족을 돕기 위해서도 그랬고, 코로나19 백신 피해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김 변호사가 법률 대리를 맡은 사건들이 굵직굵직한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때로는 그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기와 질투를 이따금 받을 때가 있다. 정작 당사자인 그는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 한다.

김 변호사가 북 피살 공무원의 변호를 처음 맡은 것은 지난 2020년 10월로, 그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정권이 견고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는 유족의 편에 서서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온 것이다. 그는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정권 교체가 이뤄질 줄 몰랐다"면서도 "정말 정치적으로 써먹으려 했다면 이렇게 2년 가까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찾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고, 또 제 진심을 알아주시는 분들도 많기에 괜찮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 피살 공무원 사건이 진행 될 때마다 변호사 사무실로 격려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김기윤 변호사 /김명년
김기윤 변호사 /김명년

김 변호사에게 미래 계획을 묻자, 가장 우선적으로는 현재 돕고 있는 북 피살 공무원 유족과 코로나백신유족회의 법률 대리 업무를 잘 마무리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한다. 북 피살 공무원은 월북 의도가 없었음을,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은 백신 부작용과 백신의 인가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좀 더 이후에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모교인 청석고에서 강연을 했었는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기쁨이었다"며 "지금은 출향 인사이지만, 나중에는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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