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8개월여 만에 대청호 불법카페를 다시 찾았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문의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서다.

폐업을 하고 인적이 끊긴 카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불도 켜지 않은 건물 내부에는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 밖을 바라봤다. 문의면 원주민 지창학씨다. 기자는 그에게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중부매일 보도로 카페 문을 닫게 된 지씨는 기자를 경계했다. 어렵게 시작된 대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또 두 시간. 그리고 며칠 후 또 두 시간.

긴 인터뷰를 마치고 낸 결론은 이 사람들의 불행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었다. 댐이 생기고 군사정권의 눈치만 본 세월 20년, 공무원에 속아 합법인줄 알고 음식을 판 10년, 이런 문의면이 싫어 떠난 8년, 그리고 다시 돌아와 불법카페를 다시 시작한 2년. 그리고 카페문을 닫은 지금. 그에게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청원군 시절 공무원들은 지씨에게 음식을 팔아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속였다. 그리고 그들이 취한 것은 '작은 용굴'과 그 옆 '용굴 분수대'. 보여주기식에만 치중했던 행정은 개인의 삶을 신경 쓰지 않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지씨가 지게 됐다.

"문의면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그렇게 40년을 속으면서 피해만 봤습니다. 대청호는 우리에게 비극의 상징입니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차장

민선8기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대청호를 중심으로 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건설 사업을 1호 결재로 서명했다. 최근 연구용역 중단을 선언하며 논란이 되기는 했으나, 지사 스스로 이는 후퇴가 아닌 더 강력한 추진의지라고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김 지사의 이러한 발언과 발상은 돈키호테 같은 엉뚱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문의면 주민들에겐 40년간의 한을 풀어줄 유일한 인물일지 모른다. 대청호의 눈물을 닦아줄 유일한 인물, 김영환 지사는 40년 만에 찾아온 문의면 사람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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