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지금 한국의 위기는 가정의 위기다. 지금 가정이 해체되고 있고, 가족이 없어지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개인주의로 언젠가부터 가족 간 대화는 사라지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큰 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정'은 영어로 'family'다. 쪼개보면 '아버지(father), 그리고(and), 어머니(mother), 나(i), 사랑(love), 당신(you)'이란 글자의 조합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뜻을 함유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식구(食口)란 말은 같이 밥 먹는 입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기족이란 한솥밥을 먹는 식사 공동체이다. 그래서 남에게 자기아내나 자식을 소개할 때도 우리식구란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요즈음 우리 생활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식구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밥상머리뿐인데 오늘날 우리 가정에서는 온 식구가 한 밥상에서 같이 식사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나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집에 살지만 잠만 집에서 자는 동거인에 불가해진 오늘날 한국가족의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식구란 정겨운 단어가 그립고 어릴 때 식구들과 빙 둘러 앉아 함께했던 밥상이 정말 그리워진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집 내 집뿐이리//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가수 린드가 한 공연장에서 '홈 스위트 홈'을 불렀을 때 관중은 박수와 함께 가정의 정감에 감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노래의 작사자인 폐인은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였다. 어느 날 그는 평화롭게 커튼이 드리워진 채 환하게 불이 밝혀진 집 앞을 지나다가 문득 자신의 부모형제가 그리워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평안한 가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 영국의 시인 C. 스와인은 "가정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어떤 것이든 애정을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가정은 마음을 기쁘게 하는 속삭임이 있는 곳입니다. 아무도 반갑게 맞이할 사람이 없는 곳을 어찌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정은 우리를 만나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구성 비율 중에서 5인 이상 가구는 고작 4.5%인 반면, 1인 가구 비울은 31.7%이라고 한다. 부모는 점점 늙어가고 자식들은 더는 가족을 재생산하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부모와 자녀들 관계는 어떠한가. 부모와 자식은 숙명으로 만난 천륜이다. 어느 부모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다. 그러나 자식들은 노부모를 부양할 뜻이 없다고 한다. 늙고 병들은 부모들도 자식과는 살지 않겠다는 통계도 만만치 않다. 이렇듯 부모나 자식은 서로에게 짐 되고 부담되는 것을 꺼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지금 우리나라는 가정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가정이 해체되고 있고, 가족이 없어지고 있다. 부모들은 갈 곳이 없어 극빈자로 몰리고, 청소년들은 방황하고 일터도 일감도 없다. '집'만 있고 '가정'이 없다고 하는 세태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족은 같이 살아야 한다. 떨어져 살더라도 같이 사는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

키워드

#기고 #유종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