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목근영 청주시 가경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비가 세차게 내리던 2년 전 여름, 면 행정복지센터 행정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민원팀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마침 내 업무 전화나 민원이 없어 민원팀으로 가보니, 아기 띠로 아이를 안고 서류를 발급한 뒤, 우는 아이를 달래며 무언가 서류를 작성하던 여성분이 보였다. 자녀가 있던 나는 여성분께 다가가 도와드릴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여성분은 서류 작성할 때까지 아이 봐주기를 부탁하셨다.

그렇게 7개월 정도 된 여자아이를 안고 달래주었다. 덕분에 여성분은 준비한 서류를 완성하고 우체국에도 다녀올 수 있었다. 아이를 계속 안고 있어 팔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아이어머니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듣고 밝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보람된 일을 한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시간은 흘러 민원팀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었다. 한 여성분이 나에게 오셔서 서류를 발급하던 그때, 예전에 저쪽에서 아이를 안아주시던 직원분이 맞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그 여성분은 자신이 그때 그 아이의 어머니이고, 덕분에 지금은 공무원이 되었고 서류를 발급하는 동안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주셨다.

오송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경력 공무원 채용에 접수했고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보내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아이가 계속해서 울어서 힘들어하던 때, 내가 아이를 돌봐주어서 서류를 잘 준비해 우체국에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고 몇 개월 뒤 경력공무원 채용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은 그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고, 선생님께서 제 인생을 바꿔주셨다며 정말 고맙다 말해주셨다.

지금 나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가경동 행정복지센터로 복직해 민원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구 5만 5천에 민원도 많고 바쁜 이곳이지만, 여기에서도 기회가 되면 간혹우는 아이로 업무 보기가 어려운 분들을 돕고 있다. 이따금씩 나의 실수나 주민분들의 오해로 서로 언성을 높일 때면, 집에 와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그분들을 대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이해하면 힘들었던 순간도 하나의 추억이 되곤 한다.

목근영 청주시 가경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목근영 청주시 가경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한 번은 내 실수로 임대차거래신고에 확정일자를 포함하지 않고 신고 필증을 발급한 적이 있었다. 실수를 발견한 다음 날 주민께 전화를 드려 사과하고 다시 방문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다시 방문한 주민께서는 내게 큰 소리 대신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많은 민원으로 바쁜데 실수를 찾고 알려 주어 고맙다 말해주셨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순간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그렇게 무사히 내가 실수한 민원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주민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일선 기관이다. 특히 민원대에 근무하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주민들을 만나고 다양한 민원을 해결해야 하며, 때론 점심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힘든 점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주민들과 직원들 서로가 배려하고 이해한다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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