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신고해도 분리 안되고 '고발자' 낙인

후배 장교에게 갑질을 한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수개월간 가·피해자 분리 없이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김명년
후배 장교에게 갑질을 한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수개월간 가·피해자 분리 없이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김명년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후배 장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교수 갑질사건' 관련 공군사관학교가 사건을 축소하고 가·피해자 분리도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징계 처분을 받고도 수개월간 부서장 지위를 유지한 가해교수는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이 전국 이슈로 떠오른 후에야 타 부서로 인사조치 됐다.

중부매일이 단독 입수한 '공군사관학교 내부문서'에는 B교수가 지난 2020년 교수부 처장으로 재직하는 1년여 동안 후배 장교 다수를 괴롭힌 정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B교수는 자신의 부서 후배 장교들에게 아침문안 인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출근을 하면 처장실에 인사를 하는 문화다. B교수는 후배 장교가 이를 지키지 않자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화를 냈다. 후배 장교는 "처장님이 아침인사 하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으셨냐"라며 항변했지만 그는 "거짓말을 한다"며 윽박질렀다.

성희롱 발언도 있었다. B교수는 한 후배에게 "너는 야동 보게 생긴 얼굴이야, 그(업무용) 컴퓨터로 야동 보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검도를 하자"며 우산으로 허벅지 등을 때리는 등 폭행도 했다. 후배 장교가 거부의사를 표하면 "니가 나 한 대라도 때리면 내가 너한테 형님이라고 할게, 왜 형님소리 듣기 싫어?"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B교수는 부서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한 후배에게 "너한테 배우는 생도들이 불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배 장교에게 갑질을 한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수개월간 가·피해자 분리 없이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김명년
후배 장교에게 갑질을 한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수개월간 가·피해자 분리 없이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김명년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던 한 후배 장교들은 공사 내 상담사에게 '잦은 폭력과 폭언으로 자존감이 낮아졌다', '자살을 생각하진 않았지만, 가끔은 출근이 두려워 자살만이 이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1월부터 군에서 수사했다. 공사 감찰실에서도 후배 장교들의 피해상황을 모두 확인했다. 하지만 다음해 2월 B교수에게 내려진 처벌은 감봉 1개월이다. 가·피해자 분리는 없었다.

솜방망이 처벌로 피해자인 후배 장교들만 조직 내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참을성이 부족한 군인', '내부고발자' 낙인이 찍혔다.

그러던 사이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이 터졌다. 국민여론이 들끓자 공사는 2021년 7월 B소령을 타부서로 보냈다. 피해자들에게는 "그동안 분리조치를 하려 했으나 인력부족으로 못하고 있었다"고 변명했다.

후배 장교에게 갑질을 한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수개월간 가·피해자 분리 없이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김명년
후배 장교에게 갑질을 한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수개월간 가·피해자 분리 없이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김명년

공사 내부 관계자는 "B교수는 '따지고 보면 자신이 피해자'라며 피해자들이 전역하면 다시 교수직에 복직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이러한 이유로 위관장교인 피해자들이 장기복무 신청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 관계자는 "피해자 2차 피해에 대한 내용은 신고 되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B교수 관련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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