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전 공주문화원장

아직 가을 기분은 아니지만, 입추를 맞아 먼저 가을 기분을 느껴 보려고 이문세의 가을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와요.

길을 걸으면 불러보던 그 옛 노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하늘을 보면 님의 부드럽고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호숫가 물결 잔잔한 그대의 슬픈 미소가 아름다워요"

오는 8월 7일은 음력으로 7월 10일이며 입추(立秋)이다.

입추가 지나 8월 15일 말복이고 이어서 8월 23일이 처서이다. 앞에서 열거한 절기에서 알 수 있듯이 가을이 온다는 입추는 우리나라에서는 말복이 지나지 않은 때의 절기이기에 대서와 더불어 더위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절기가 중국 북부 화북지방의 날씨에 맞추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가을 날씨에 접어드는 기점은 입추가 아닌 처서 시기이고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는 추분이라고 볼 수 있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이므로 이날 날씨를 보고 풍년, 흉년을 점친다. 입추에 하늘이 청명하면 만곡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나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다.

이때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김장에 대비하며, 이 무렵에는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나왔다. 별로 하는 일 없이 7월이 지나고 건들건들 노는 마음으로 8월이 간다라는 뜻이다.

상쾌한 가을을 맞아 선선한 바람 속에 많은 기분 좋은 일들이 있어야 할 텐데, 지구촌의 현실은 그러하지 아니하니 안타깝다.

며칠 전까지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요세미티국립공원'이 산불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내가 몇 년 전 요세미티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는 수령 2~3천 년이나 되는 나무들이 즐비했다.

즉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부터 자란 나무들이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 산불이 났다는 것은 태평양 연안의 폭염이 수천 년 만의 일임과 함께, 기후 변화가 최악으로 치달아 발생한 사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는 극심한 폭염이 나타나고, 중국은 홍수가 기승을 부린다. 그리고 영구동토대인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시커먼 맨살을 들어내는 사진이 얼마 전 뉴스의 톱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시급하고도 엄청난 지구촌의 공동의 문제를 세계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맛 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도 어찌될 지 모르는 상황인데 지금 세계의 지도자들은 어떠한가?

러시아는 조그만 영토 욕심으로 그동안 수백 년 역사를 같이한 우방 우크라이나와 다섯 달 넘게 전쟁에 빠져있고, 초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두고 최고 지도자 간에 두 시간 가까이 설전을 벌였다.

심지어는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라고 했다는데 미국 사람이 타죽으면 중국은 멀쩡할까? 또 가운데 낀 우리는? 생각할수록 섬뜩한 말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기후 변화를 방치하는 것이 세계의 지도자들이 늙어서 그렇고, 그들의 생각이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나 죽은 뒤 지구에 무슨 일이 나든지 나와 무슨 상관이야?"라는 속 좁은 생각 때문이 아닌지 하는 엉뚱한 의심이 들기도 한다.

젊은이들 특히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같은 어린 소녀들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 살 수 없다고 절규하고 있는데 늙은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창석 전 공주문화원장
최창석 전 공주문화원장

기후위기에 대한 갈등 문제로 어느 학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과의 갈등,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갈등, 온실가스 배출로 성장한 기업과 피해자 간의 갈등을 꼽았다. 앞으로 기후 문제를 방치하다간 기성세대들 즉 늙은 지도자들이 젊은이들에게 정치뿐 아니라 모든 사회생활에서 퇴출 될 수 있을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아름다운 지구를 우리 만 잘 살겠다고 분탕질 쳐 놓고 인류의 미래를 없애는 일은 결단코 일어나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입추, 선선한 바람을 기대하며, 함께 지구온난화를 막을 시원한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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