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배 장교에게 갑질을 한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수개월간 가·피해자 분리 없이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김명년
 공군사관학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청주에 위치한 공군사관학교가 '갑질·폭력' 교수를 복귀시켜 '제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본보가 연속 보도하고 있는 기획 '논란 끊이지 않는 공군사관학교'를 보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게 맞나싶을 정도로 후진적이다. 제보를 받아 1면에 실린 지난 5월에 개최된 사관생도체육대회의 한 장면은 폐쇄적인 공군사관학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응원이 과도하다는 이유만으로 엎드려뻗치기 자세를 지시했는데 문제는 그 교수의 정체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서울의 한 '신입생도 선발 필기시험장'에서 생도의 뺨을 때려, 감봉 1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고 타 부대로 전출됐다가 복귀한 인물이었다.

이뿐 아니라 징계 처분을 받고도 수개월간 부서장 지위를 유지한 가해교수가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이 전국 이슈로 떠오른 후에야 타 부서로 인사조치 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공군사관학교측의 대답이 가관이다. '경기가 과열되다보니 분위기를 식히려고 지도' ,'문제되는 내용은 파악안돼', '실제 문제를 일으켰다면 신고했을 것' 등 '모르쇠'로만 일관하는 태도다.

공군사관학교 홈페이지 생활교육 개요를 보면 '사관생도의 감성·이성에 대한 의식변화를 통해 올바른 성품을 함양하기 위한 인성교육과 군인품성 및 훈육·자치활동을 통해 진취적인 군인상을 정립시키기 위한 군대생활 적성교육을 말한다'고 돼 있다.

학년별 생활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살펴보면 '바람직한 인간으로서의 도덕성, 사회성, 정서의 함양', '올바른 리더십·팔로워십으로 조직의 목표·방향성 이해', '투철한 군인정신과 올바른 국가관·안보관 확립'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도된 사례들을 놓고 봤을 때는 공군사관학교의 교육목표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공군사관학교는 지난 1985년 12월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쌍수리로 이전해 왔다. 제5공화국 시절 지역 주민들은 '우리나라 최고 교육기관이 온다'며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쌍수를 들어 반겼고 제복입은 생도들을 선망의 대상이자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이후 주민들은 비행훈련때마다 소음·비행기 추락위험 등에 끊임없이 시달려야만 했고 실제 추락사례도 잊을만 하면 터졌으나 공군사관학교측의 지역과의 상생발전 노력은 미미하기만 하다.

보통 전투기 조종사로 양성되는 사관생도를 '보라매'로 명명한다. 보라매의 사전적 의미는 난 지 1년이 안돼 길들여 사냥에 쓰는 매를 말한다. 사관생도 1인 양성비용은 2억3천만원대에 달하고 졸업 이후에 조종사 과정도 국비로 충당된다. 이 모든 과정은 공군 최정예로서 궁극적 목표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에 있다.

생도를 가르치는 교수가 한낱 수시로 바뀌는 감정이 태도가 되는 마당에 지(智)·덕(德)·체(體)를 갖춘 인재들을 양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후배들이자 미래의 파일럿에게 교육과 훈련이라는 미명하에 '폭언과 폭행, 갑질'로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시키고 있어도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면죄부를 받고 있다면 공군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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