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5년내 작년 퇴직자 150명… 전체 23.3%
전국 1만1천명 4년전比 2배↑… 고인물 현상 심화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별난 민원인들 때문에 너무 힘들 때가 많습니다. 욕하시는 분들도 많고, 왜 이리 늦게 처리되냐, 왜 사람이 많으냐 등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자주 있습니다."

청주 소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한 A(여·29)씨가 긴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그는 공무원 임용 후부터 악성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현재 휴직 중이다.

충북 남부 한 군청에서 토목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B(31)씨 역시도 '직무만족도'와 '연봉'을 이유로 퇴직을 고민 중이다. 그는 "거의 매일 6시 이후에 퇴근하지만, 현장에서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추가 수당을 챙겨 받자니 눈치가 보여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A·B씨 사례처럼 업무 스트레스 등 다양한 이유로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 사회를 떠나고 있다.

4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퇴직 공무원 645명 중 임용 5년 이내인 공무원은 150명으로 23.3%에 달한다. 이중 20~30대 공무원은 143명(22.2%)이다.

직급별로는 9급이 70명, 8급이 47명, 7급이 20명, 6급 이상이 6명이다.

9급 공무원이 8급으로 승진하는 데에 통상적으로 3년 정도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퇴직자 9명 중 1명은 일을 시작한지 3년이 채 안된 신입 공무원인 셈이다.

이수현 도 자치행정과장은 "공무원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공무원 임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더라도 이상과 현실과 괴리감에 공무원을 그만 두는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30대 공무원의 퇴직은 비단 충북뿐만이 아니라, 이미 전국적인 추세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임용 5년 이내 퇴직한 공무원은 4년 전인 지난 2017년에는 5천613명이었으나, 지난해 1만1천498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년퇴직자는 10년 전인 지난 2011년에는 672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천645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2030 공무원은 퇴사가 줄을 잇고 있지만 4050 공무원은 그 자리를 지키면서 공직 사회가 소위 말하는 '고인 물'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젊은 공무원의 퇴직에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으나, 적은 급여와 공무원 연금의 불확실성, 수직적인 문화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로 임용 30년차를 맞는 도 문화체육관광국 한 공무원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공무원 봉급으로 일반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물가 상승률과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과는 다르게 공무원 급여는 잘 늘지 않으니, 비전이 없다 판단해 퇴직하는 젊은 공무원들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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