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 만남이 무엇이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도 있고, 운명이 통째로 결정될 수도 있다. 이태석 신부와 남수단 아이들의 만남이 그렇다. 코로나가 창성할 즈음, 지인의 안내로 영화'부활'을 관람했다. 이를 보고는 아, 만남이란 참으로 운명적이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아주 오래전에 방영된'울지마 톤즈'의 후속작이었다. 의대를 나온 분이 의사를 버리고 가톨릭 신부가 되어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아마도 내 기억으로 KBS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통해 본 것 같다. 그때 톤즈라는 지역을 처음 알았고, 이태석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다. 그분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서 암을 앓고 있다는 생생한 추적이었다. 나는 그때 전율했다. 아니, 모든 걸 떠나 한국에 이런 분이 있었던 말이야! 내가 선생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수단의 오지, 톤즈라는 지역에서 사제의 삶을 살면서 교육봉사를 하는 것이 도대체 믿기지 않았다. 뭐 한국이 낳은 슈바이처라도 된다는 말인가 하고 뇌까렸다. 그리고는 세월이 무수히 흘렀다.

이태석을 내 기억 창고에서 다시 꺼내 준 영화가 부활이다. 부활, 사비를 들여 이 영화를 만든 구수환 감독! 난 이 분을 직접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태석 신부도 훌륭하지만, 이태석이라는 인물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이역만리 아프리카를 오고 가며 울지마 톤즈, 그 후 10년을 추적 탐사했다는 것이 놀랍다. KBS 피디를 하면서 추적 60분, 일요스페셜 등 수많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한 장본인이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바로 그분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름을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구수환, 발음을 편하게 하면'구수한'이라고 들린다. 우스갯소리지만 목소리가 진짜로 구수하다.

구수환 감독이 영화 부활에 이어 책을 냈다. 이름하여, '우리는 이태석입니다'라는 책이다. 난 당장 사서 읽었다. 얼마 전, 구수환 감독이 내가 사는 청주까지 방문하여 북 콘서트를 한다기에 기꺼이 가서 저자 사인까지 받았다. 작가는 영화에서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해 주었다. 끝나고 나서, '난 왜, 이태석이라는 인물에 주목하지? 왜, 이 책에 꽂혀있는 거지?'하고 물음을 던졌다. 부활이란, 한마디로 이태석 신부가 제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뜻이다. 영화에서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톤즈에서 가르쳤던 아이들이 성장하여 이태석 신부와 똑같이 의사의 길을 가고 있음을 부활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인가.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나는 백 마디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이 영화 한 편 보여주는 것이 낫고, 이 책 한 권 읽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여, 난 가는 학교마다 이 영화를 보여주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진심으로 대하고 욕심을 버리고 나보다는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삶이 행복으로 가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태석 정신이다. 이는 공자가 말한 인의 실천 방법인 공관신민혜恭寬信敏惠, 즉 공손하고, 너그럽고, 미덥고, 민첩하고, 은혜로움이라는 가르침과 통한다. 사랑은 곧 인이요, 자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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