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상철 사회경제부 기자

몸에 맞지 않은 옷은 불편하다. 신체 변화에 따라 옷도 갈아입어야 한다. 하물며 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시대와 환경 그리고 국민 정서까지 바뀌었다면 정책 역시도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유통환경을 뒤흔들었다. 특히 유통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vs 오프라인' 대결 구도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뜨거운 감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대형마트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고 대형 유통기업과 경쟁에서 불리한 소상공인·전통시장 등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형마트에 대해 매월 이틀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특정 시간(오전 0시~10시) 영업을 제한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소비자 불편만 가중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매출 감소와 온라인 쇼핑 증가에 의한 경쟁력 저하 등을 내세우며 규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반면 전통시장 상인들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상철 사회경제부 기자
박상철 사회경제부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소매업 총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5%에서 지난해는 8.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매업 총매출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도 40.7%에서 32.2%로 줄었다. 의무휴업일 제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대신 온라인과 홈쇼핑은 13.8%에서 28.1%로 배 이상 늘었다. 전통시장 적이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0년 전과 비교해 현재 유통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그에 맞는 새로운 옷이 필요할 때다. 단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업태별 실효성 있는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법은 없다. 하지만 국회서 정한 법 취지와는 부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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