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최근 신문에 '대기업 중심 첨단우수기업 60조원 달성, 충북경제 100년 성장 기반 마련: 대기업 등 첨단우수기업 투자유치보조금 2배 이상 증액'이란 기사를 기분 좋게 읽었다. 충북에 살면서 평생 투자유치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투자유치와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서는 세 가지 사례를 통해 투자유치의 중요성과 올바른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아일랜드의 사례다. 1922년 영국에서 독립한 아일랜드는 1980년데 중반까지 만성적 재정 적자, 실업률 20%, 인플레이션 17~18%, 끊임없는 노동쟁의가 있는 나라였다. 1987년 새로운 찰스호이 총리가 취임하면서 개혁을 시도했지만, 역시 많은 반대와 위기가 있었다. 이 때 노조, 기업,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이루면서 반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법인세를 유럽 최저수준인 12.5%로 낮추고, 투자유치와 창업, 기업환경조성에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89년에는 인텔의 유럽본사가 아일랜드에 입주하였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IBM,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이 이곳에 있다. 아일랜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2010년 IMF 구제 금융을 받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으나, 재정 건전화와 뼈아픈 구조조정으로 3년 만에 구제 금융을 졸업하고, 2022년에는 1인당 GDP 10만 달러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101,509달러, IMF 2022년 기준).

다음은 싱가포르의 사례다.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독립 후, 선진국이 된 기저에는 무엇보다도 투자유치 우선의 철학이 있다. 몇해전, 필자가 싱가포르의 투자유치기관(EDB, 경제개발청)을 방문하여 투자유치국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투자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법도 쉽게 바꿀 수 있으며, 투자유치의 성공은 곧 승진과 직결된다고 했다. 투자유치기관의 정문에 "세계 비즈니스의 2/3가 싱가포르로 연결되게 한다(Two-thirds of the world's business are connected to Singapore)."라는 표어는 바로 '투자유치를 통한 싱가포르의 글로벌 전략'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이렇게 투자유치가 중요한데, 투자유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조금' 등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규제철폐'와 '인력'도 중요하다. 일류기업은 보조금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이 잘 작동하도록 규제를 풀어주면 사업을 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들이 비즈니스 수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적절한 인력이 공급되고 이들의 생활환경이 편리해야 지속적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투자유치의 기본은 투자기업의 동기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유치하는 지역의 경제발전과 상호 윈윈하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별 투자유치 전략의 수립, 투자유치조직의 강화, 제도 및 인프라의 정비, 투자유치에 대한 주민의 태도도 중요하다.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끝으로 스웨덴 '말뫼'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말뫼' 지역은 조선업이 쇠퇴하자, 2002년 세계 최대의 크레인을 울산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하였고, 22%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이를 '말뫼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후 말뫼시를 중심으로 대학과 산업계 인사들이 협력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지식기반 에코시티로 변모시켰다. 말뫼대학은 1998년 설립된 대학이지만, 지식기반 산업을 위한 새로운 인재를 양성했으며, 말뫼시를 중심으로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바이오, IT 산업의 메카로 변신했다. 버려진 조선소 터에는 친환경 뉴타운을 개발하고 첨단기업을 유치하는 등 눈물 나는 노력이 뒤따랐다.

결국, 투자유치는 금액보다는, 그 지역에 어떤 산업을 유치하여 발전시킬 것인가? 어떻게 인재를 공급할 것인가? 어떠한 생활 및 경영환경을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필요하다. 투자유치에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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