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다녀왔다. 모잠비크 크리스천들에게 성경을 기증하고, 우리 교회에서 건축해서 헌당한 교회를 돌아보며, 선교현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2년 전에 창립 35주년을 맞이한 청주좋은교회가 기념사업으로 모잠비크에 성경 3천 권을 기증하기로 하고 준비해 놓았다. 코로나로 인해 실행하지 못하던 것을 이번에 한 것이다. 1995년에도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태국어 성경 5천 권을 기증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기에 두 달간의 준비를 거쳐 담임목사님 부부와 장로 세 부부가 출발했다. 직항이 없어서 남아공 케이프 타운을 거쳐 입국했다.

수도 마푸트 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날, 공항에서부터 숙소에 이르는 거리 표정은 너무 신산(辛酸)했다. 많은 나라를 다녀보지 못했지만, 내가 다녀본 중에는 인도나 필리핀의 시골 마을을 연상케 했다. 낡은 건물, 칙칙한 거리, 거리를 흘러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몇 일간 머물다 온 이웃 나라 남아공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개인소득 500달러에 불과한 모잠비크 사람들이 개인소득 10배가 넘는 이웃 남아공에 가서 돈 벌어다가 잘 사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다행히 수년 전 북부에서 가스가 대량 발견되어 개발이 진행중이다.

포르투갈로부터 1975년 독립했으나 많은 내전을 거친 사회주의 성향 정부, 이 나라의 가장 부자가 전 현직 대통령이라 하고, 국민 90%가 농업에 종사, 40%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에 놀랐다. IMF도 이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발전이 덜 된 나라로 분류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의 6.3% 밖에 읽기 쓰기를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12학년까지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으나, 초등학교 입학생의 1.4%만이 대학에 입학한다고 하니, 그 수준을 알만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초등학교 교육지원을 위해 2024년까지 75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 한다.

나흘간 머물면서, 우선 4개국어로 된 성경 전달행사와 마푸트 부근 교회 지도자 150명을 상대로 한 목회세미나를 열었다. 참가자들의 열띤 참여와 토론하는 모습에서 선교를 위한 저들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교회가 10년 전 개척한 짐뻬뚜 좋은교회는 신자가 150명이 넘는다. 한국감리교선교회에서 개척한 교회가 전국에 120개 7,000여 명의 신자가 있다. 2009년 설립하여 운영 중인 성산중고등학교는 재학생이 1,700명에 달하고 입학 희망자가 300여 명 대기할 정도로 인기다. 많은 졸업생들이 대학을 거쳐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같은 선교회에서 운영하는 마구디 초등학교는 교실이 부족해 700명의 어린이가 아침 6시부터 네 시간씩 3부제로 공부한다. 우리 60년대 초 정도의 시설이다. 운동장이랄 것도 없다. 화장실에 지붕도 없다. 그렇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어린이들이나 모두 열정적이었다.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나눠주고, 비슷한 처지였던 유년시절을 추억하며 격려말을 했다. 교실에서 만난 초롱초롱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비 오면 진흙탕이 되는 길로 학교에 다닌다. 동네 공터에 모여 고무공도 아닌 돼지 오줌보로 된 것을 차고 논다. TV는커녕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먼지 폴폴 나는 신작로로 다니던 학교. 가을걷이 끝난 논바닥에서 비료 푸대로 만든 글러브와 소나무로 만든 방망이를 가지고 하던 논배미 야구. 1960년대 중반 나의 유소년시절이 생각나 눈시울 뜨거워졌다. 어린 시절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모잠비크를 기억하고 기도한다. 다녀오면서, 우리 교회가 힘을 모아 어린이들을 돕기로 했다. 아내가 이번 선교 여행 직전 낸 선교헌금을 종자돈 삼아 더 모금해서 부족한 초등학교 건물과 시설 건립하고 개인 결연방법도 모색하기로 했다. 10여 년 전 소천한 초대 목사님이 낸 1천만 원 헌금을 종자돈 삼아 짐뻬뚜 좋은교회를 건축해 헌당한 것과 같은 취지다. 이렇게 모잠비크에 하나의 씨앗을 심는 일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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