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 중에 하나가 '기후변화'이다. 나와 상관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기후 변화의 현상이 이제 우리들의 일상 속에 들어왔다. 폭염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였고, 유럽은 500여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지성 폭우로 인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이한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고 번화가라 할 수 있는 강남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고, 수천대의 차량이 침수되었다. 이런 날씨 속에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먹거리를 비롯한 물가상승도 가파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고통을 받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적도부근 아프리카 주민들이었다.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식수를 구하지 못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시작하였다. 우리도 국제원조단체의 광고를 통해 지구촌 반대편에 식수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쉽게 공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이 이제 전 세계 지구촌의 주제가 되었다. 물론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국제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모습을 통해 이러한 협약이 한편으로는 또 얼마나 쉽게 무시될 수 있는지도 경험하였다.

어느 단체가 서울 쪽방촌에 선풍기를 지원했는데 막상 입주민들이 반가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덥고 습한 날 선풍기를 돌려보았는가?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바람으로 괴롭기만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을 달라고 외치는 농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쿠키를 먹으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하고, 사치와 호화로운 삶을 살아갔던 것만큼은 사실로 여겨진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여러 변화들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폭염 속에 에어컨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할 우리들의 이웃, 덥고 습하지만 반지하에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웃, 위기상황에 빠르게 판단하여 신속하게 행동하기 어려운 우리들의 이웃.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이 바로 기후변화의 1차적인 피해자이다.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기후변화의 여러 원인 중에 하나가 자본주의이다. 더 많은 자본을 갖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였고, 또 자신의 자본으로 자신들의 삶의 편의를 추구한 결과인 것이다. 어찌 보면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자이다. 아프리카의 주민들이 그렇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사회적 약자들이 그러하다. 우리는 그들을 위한 속죄의 의무가 있다.

급속도로 악화되는 기후변화 속에 작은 실천과 실천이 모이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이러한 실천 속에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력도 포함되었으면 한다.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 간의 연대,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연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지혜롭게 혜쳐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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