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일군 기적 157cm '작은 거인'

채송오 충북도청 펜싱 선수가 지난 18일 오전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훈련이 끝난 후 인터뷰에 응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세환
채송오 충북도청 펜싱 선수가 지난 18일 오전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훈련이 끝난 후 인터뷰에 응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세환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처음부터 잘하기만 했던 선수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기 일쑤였지만,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채송오(34)충북도청 펜싱 선수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신인 시절을 털어놓았다.

채송오 선수는 중학생 시절 우연히 펜싱부 활동을 한 것으로 펜싱과 연을 맺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준수해 한국체육대에 진학했으나,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그는 "시합에서 이기면 언니(선수)들이 채송오한테 졌다고 그렇게 기분 나빠했다"면서 "어쩌다 대회에서 메달을 따도 제대로 인정을 못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채 선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포기하려고 해도 열심히 하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선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는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열심히 할지,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다"며 "157㎝라는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펜싱은 허리, 골반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서 척추 측만증 예방을 위해 훈련 외에도 보강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채송오 충북도청 펜싱 선수가 지난 18일 오전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펜싱 훈련에 임하고 있다. /정세환
채송오 충북도청 펜싱 선수가 지난 18일 오전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펜싱 훈련에 임하고 있다. /정세환

노력은 결국 빛을 발해, 채 선수는 지난 2016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후 국제펜싱연맹 플뢰레 월드컵 개인전 동메달과 플뢰레 그랑프리 개인전 동메달, 아시안게임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 등 세계무대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선수로 거듭난다. 그는 "2016년도에 주변 많은 사람들의 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스스로에게도 선수 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어느덧 선수 생활 11년차에 접어든 채 선수는 이제 후배 선수들을 이끄는 대선배가 됐다. 실제로 지켜 본 도청 선수들의 훈련은 그의 주도 하에 분위기가 무척이나 밝고 활기찼다. 채 선수는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어도 펜싱 칼에 찔리면 피멍도 자주 들고 굉장히 아프다"면서 "훈련에 집중은 하되, 후배들과 부상 없이 오래도록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당장은 오는 10월 3년 만에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 집중한다고 한다. 채 선수는 "올림픽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벌써부터 올림픽보다 더 긴장되고 떨린다"며 "당연히 1등하면 좋겠지만, 지나친 자신감 대신 노력한 만큼 후회를 남기지 않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채송오 충북도청 펜싱 선수가 지난 18일 오전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펜싱 훈련에 임하고 있다. /정세환
채송오 충북도청 펜싱 선수가 지난 18일 오전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펜싱 훈련에 임하고 있다. /정세환

독자들을 향해서는 펜싱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그는 "펜싱이 보기에는 어려워 보여도, 실제로 접해보면 그 매력에 빠져서 자꾸 생각난다"며 "한국 펜싱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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