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요즘 통계를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전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통계다. 이 통계가 신뢰성과 타당도가 크게 떨어지고 조작의 의혹마저 있다는 점에서다. 국어사전은 통계를 '한 곳에 몰아서 어림잡아 계산함 또는 현상을 보기 쉽게 일정 체계에 의해 숫자로 나타낸 것'이라 정의한다. 통계학은 '많은 사실을 다양한 방법으로 관찰, 처리를 연구하는데 기초가 되는 것을 통계'라고 한다.

최근 동아일보는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때 한국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아파트 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 집계한 수치 간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컸음을 확인,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18년 9월을 포함해 문 정부가 최소 4차례 부동산원 집계와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수치 간 차이가 크게 났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문 정부가 소득과 고용 수치 조작에도 개입했는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문 정부 때 "좋은 통계를 만들어 보답하겠다."는 한 통계청장의 공언은 정부 입맛에 맞게 통계조작을 서슴지 않겠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통계 조작 논란이 일자 전 통계청장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통계청을 통계데이터처로 격상하고 처장 임기를 법률로 정해 통계데이터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통계조작방지법'을 발의했다.

중국 역시 통계조작을 서슴지 않는다. 코로나19 발생과 관련한 모든 통계에서 그러하다. WHO는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통계치를 축소해 발표한다고 지적했다. 사망자 통계를 과소 산정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비난이다. 현재 중국은 화장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마구 화장하는 지경인데도 코로나19 사망자는 고작 두 자리로 발표한다. 영국 보건 의료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는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평균 만여 명에 달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 같은 비난이 일자 중국은 최근 아예 정부 차원의 코로나19 관련 통계발표를 중단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통계분식(粉飾)이 이여반장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 지나치다. 믿지 못할 게 사회주의 중국통계임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통계의 태생적 특성 때문이 아닐까?

영국 수상 디즈레일리(1881년 死) 명언부터 살펴보자.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 (There are three kinds of lies:lies,damned lies,statistics)"."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stubborn) 통계는 휘기 쉽다(pliable)." 앞 문구는 미국 마크 트웨인 자서전과 미국 통계학자 대럴 허프 저서(How to lie with statistics:통계로 거짓말하는 방법)에 인용되면서 회자하고 있다. 특히 허프는 "통계 자체가 거짓말을 하는 잘못된 통계이고, 진실이지만 사람들이 이를 교묘히 악용하여 거짓말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한 데는 'statistics(통계)'에 그 이유가 있다. 'statistics'는 이탈리아어 'Statista(국가·정치가)', 라틴어 'Statisticum collegium(국가 평의회)'에서 유래한 말이다. 'statistics'는 'Statista'와 'Statisticum'의 유전자를 받았다.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위와 권력, 즉 강제력의 유전자 말이다. 정치나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통계에 권력을 행사(수치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자어 '統計(통계)' 역시 수치를 조작하는 태생적 특성을 보인다. '統計'의 '統'은 '통솔한다. 다스린다. 한데 묶는다'라는, '計'는 '세다. 계략. 수'라는 뜻이다. 통계는 '국가가 수치를 통솔할 수 있다. '라는 의미로 수치 조작의 가능성을 태생적으로 타고난 셈이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여하튼 어떤 누가 정권을 잡아도 국민은 국가 통계에 속을 수밖에 없다. 설령 의혹을 품어도 확인할 방법이 어렵고 굳이 나서 확인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는 목소리가 없어도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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