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지구가 몸살 아닌 중병을 앓는다. 버티기가 힘겹다. 용오름에 하늘로 치솟았다 사하라 사막에 내동댕이쳐져 할딱거리는 물고기처럼 말이다. 중병 증상의 발현은 지구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 중병은 극심한 한파와 폭우 등 '기후변화'다. 올겨울은 예년과 달리 한파 특보가 잦았다. 한때 철원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중부지역 수은주가 영하 15도 안팎을 오르내렸다. 북한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져 많은 북한 주민이 동사했다고 한다.

중국 모허(漠河)시는 지난달 23일 영하 53도를 기록했다. 중국 최저 기온이며 사흘 연속 영하 50도를 밑돌았다. 타이완에서는 한파로 지난달 16~17일 이틀 동안 99명이 숨졌다. 아열대인 타이완은 한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이지만, 난방시설 미비 상황에서 갑자기 영상 5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10년 이래 최강 추위와 폭설을 견뎌야 했다.

이와 달리 유럽은 지난여름 전례 없는 폭염과 물 부족을 겪었다. 프랑스는 예년보다 85% 적은 강수량을 기록한 데다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40도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영국 일부 지역은 가뭄에다 폭염(40도)으로 수돗물 세차나 정원 물주기를 금지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폴란드 역시 가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물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선박 운항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 나라 사이의 콘스탄스호 수위 역시 역사상 최저로 낮아져 이들 국가는 물 사용을 제한했다.

왜 지구가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기후변화로 중병을 앓고 인간을 공포의 도가니에 집어넣는가? 46억 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지구가 말이다. 지구의 중병은 시간이 지난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그 병세가 갈수록 악화한다. 인간은 물론 생태계, 아니 지구의 생존 마저 위협한다.

한마디로 인본주의(人本主義) 맹신이나 확신에 있지 않나 싶다. 인본주의는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며 인간을 세상 모든 존재의 맨 꼭대기에 위치시키는 사상'이다. 인간이 '갑'이며 나머지 존재는 모두 '을'이다. '갑'인 인간은 생명 유무와 관계없이 '을'을 억압하거나 희생시킨다. 어떤 대가도 주지 않는다. 한겨울 곶감 빼먹듯 한다. 인간은 주인이고, 그 외 모든 존재는 노예다. 인간은 모든 존재를 원하는 대로 처분할 수 있다.

인간은 끝없는 식욕 충족을 위해 주저 없이 동물포획과 식물채취를 일삼는다. 포획/채취까지는 좋았다. 대량소비를 위해 동식물의 생육 기간을 억제/증가하거나 서식 환경과 유전자를 마구 조작한다. 동식물에게 권력을 마구 휘두른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마구 채굴, 사용해 회복 불가능할 지경으로 생태계를 위협한다.

이런 무자비한 인간의 환경 위협과 파괴에 지구가 인간이 감히 대응할 수 없도록 보복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례 없는 기후변화다. 그것은 폭염. 폭우, 폭풍, 폭설, 폭한(暴寒), 폭한(暴旱)으로 어찌 보면 자살테러인지도 모른다.

모든 존재는 인간이 가지고 놀다 싫증 나면 가차 없이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다. 나름 존재 가치와 역할이 있다. 인간은 세상의 근본이 아니다. 자연 지배 사고를 중단해야 한다. 인본주의는 중세 사회를 지배했던 신본주의(神本主義)의 축출로 만족해야 함이 옳다. 이제 인간과 자연생태가 함께 중심이 되는 '공생관계'다. 환경 파괴를 중단하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공생과 적응만이 '폭' 자 형제가 인간과 지구를 공격하지 않고, 지구의 중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닌 '만물과 동격'이어야 한다. 인본주의가 아닌 '생태본(중심)주의'다. '부동동지지대(不同同之之大)'<莊子 外篇 第十二 天地>. '수많은 다른 존재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의 대재앙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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