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부터 조형물까지… 도서관에서 만나는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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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관람하고 싶은 세종시민에게 현재 미술 문화를 누릴 전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종시 조치원읍 구도심에 위치한 '세종문화예술회관'은 신도심에서 거리가 멀고, 지난해 나성동에 개관한 'BRT작은미술관'은 상설 전시가 아닌, 기획 전시로 진행되고 있다. 세종시에 시립미술관이 부재한 실정으로, 시민들은 미술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청주와 대전, 심지어 서울로 원정을 가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들에게도 이러한 현실은 마찬가지다. 이에 한국미술협회 세종시지부가 팔 걷고 나섰다. 협회 작가들은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의 공간을 대여해 전시회를 기획했다. 6개월의 단기 임대지만, 사실상 협회 차원의 '전용 전시장'이라 칭할 수 있는 첫 전시 공간이 생긴 것이다. 협회 회원들의 노고가 결실을 맺은 전시회 '미술의 숲'을 찾아가 봤다.

 

나성동에 위치한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 내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한국미술협회 세종시지회가 주관하는 '미술의 숲'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표윤지
나성동에 위치한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 내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한국미술협회 세종시지회가 주관하는 '미술의 숲'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표윤지


[중부매일 표윤지 기자] 세종시 국세청로 32 4층에 위치한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미술의 숲-일곱 가지 작품전'이 진행 된다. 전시는 한국미술협회 세종시지회와 적소갤러리가 공동주최하고 세종시와 세종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전시는 '일곱 가지 작품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총 7개의 테마로 기획됐으며, 다양한 미술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운데 위치한 김순의 작가의 '담다'라는 작품은 조선 후기 백자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 표윤지
가운데 위치한 김순의 작가의 '담다'라는 작품은 조선 후기 백자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 표윤지

전시회 대관이 성사되자 미술협회 세종지회 회원들은 12개 분과를 만들어 총 7가지 프로그램으로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에 따라 탄생한 '일곱 가지 작품전'은 ▷미술의 숲 오픈기념 '열정 미술작가 100인의 소품전' ▷세종 서양화, 수채화 작가 그룹전 ▷한국화, 민화, 문인화 작가 그룹전 ▷공예, 조각 작가 그룹전 ▷캘리, 디자인, 서예 작가 그룹전 ▷2023 우수작가 창작 작품 기획전 ▷세종시 청년작가, 원로작가 기획전으로 구성됐다.

선발주자인 첫 전시 '열정 미술작가 100인의 소품전'은 아쉽게도 26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3월 10일 두 번째 전시가 진행되니 낙담할 필요는 없다.

4층 '지혜의 숲' 내에 마련된 계단으로 한층 더 올라가면 '미술의 숲' 전시회장을 마주할 수 있다. / 표윤지
4층 '지혜의 숲' 내에 마련된 계단으로 한층 더 올라가면 '미술의 숲' 전시회장을 마주할 수 있다. / 표윤지

4층 '지혜의 숲' 실내에 놓인 계단을 타고 한층 더 올라가면 '미술의 숲'을 마주할 수 있다. 지난 22일 방문한 전시회장은 평일 낮임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책도 읽고 전시도 관람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 때문에 아이들을 동반한 학부모 관람객들이 주를 이뤘다. 하얀 벽의 인테리어는 작가들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들어서자마자 작은 테이블에 놓인 팸플릿을 손에 들고 작품을 감상하면 관람에 더욱 도움이 된다. 오른쪽 사무실에서는 미술협회 회원이 당번직으로 상주하고 있어, 전시회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즉각 물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들의 작품을 서로 조화롭게 배치하기 위해 작품의 크기를 10호 이내로 제한했다고 한다. 시립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는 압도적인 웅장함의 미술작품을 마주할 순 없지만, 크기의 영향으로 특정 작품에 인기가 쏠리는 현상을 방지한 미술협회의 평등함과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노재석 한국미술협회 세종시지회장의 '생명의 숲' 조형물 작품. / 표윤지
노재석 한국미술협회 세종시지회장의 '생명의 숲' 조형물 작품. / 표윤지

이날 관람한 첫 번째 가지 展에서는 세종미술협회 미술작가 100인의 소품전과 창작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수 놓아진 그림뿐만 아니라 조형물도 전시돼 있었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노재석 한국미술협회 세종시지회장의 '생명의 숲' 조형물은 연리지처럼 서로를 껴안고 있는 나무들이 숲을 이룬 듯한 생동감을 불러 일으켰다. 유화작품 외에 동양화 작품도 눈에 띄었다. 이중 김순의 작가의 '담다'는 고려 후기 백자를 그린 작품이다. 백자 특유의 단조로움과 깔끔한 멋, 입구와 받침대의 그을음을 잘 표현했다. 유약이 발라져 매끄러운 표면의 자기보다는 거친 질감을 나타내 입체감 있는 백자의 느낌을 줬다.

전시회 작품 하단엔 작가명, 작품명, 작품의 가격이 명시돼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이 있다면 구매도 가능해 눈으로 보는 전시에 그치지 않고, 소장으로까지 이어지는 갤러리형 전시 기획이 참신했다.

배진병 작가의 '덩어리'(왼쪽)과 박석신 작가의 '그 꿈속에 살고 있다'. 추상화인 덩어리는 관람객의 눈에 따라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 표윤지
배진병 작가의 '덩어리'(왼쪽)과 박석신 작가의 '그 꿈속에 살고 있다'. 추상화인 덩어리는 관람객의 눈에 따라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 표윤지

오는 3월 10~30일까지 진행되는 두 번째 가지 展은 세종 서양화, 수채화 작가 그룹전이다. '세종의 봄'이란 주제로 따뜻한 수채화와 서양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서 세 번째 가지 展은 '세종의 목향전'으로 한국화, 민화, 문인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가지 展은 공예, 조각 작가 그룹전이다. 입체작품 학생 체험활동 부스 운영으로 미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섯 번째 가지 展은 캘리, 디자인, 서에작가 그룹전으로 캘리작품 제작 활동을 접할 수 있다. 우수작가 창작 작품 기획전인 '여섯 번째 가지 展은 '미술은 살아있다'는 주제로 입체 우수작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가지 展은 오는 6월 10~30일까지 원로작가 기획전이 마련돼 젊은 작가와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듯 다양한 장르의 전시로 시민에게 폭넓은 미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김영석 작가의 '카스타고 시간 여행'. 구한말 한복을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여성이 카스병을 맥주로 따고 있는 듯한 연출로,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느낌의 작품이다. / 표윤지
김영석 작가의 '카스타고 시간 여행'. 구한말 한복을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여성이 카스병을 맥주로 따고 있는 듯한 연출로,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느낌의 작품이다. / 표윤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단, 관람비는 전액 무료다.

현재 협회 세종지회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 수는 약 200여 명으로, 전국 협회 회원 수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최근 매년 30명씩 증가하며 성장 가도를 밟고 있다.

협회 세종지회 관계자는 "첫 번째 전시회는 소품전 판매전으로, 세종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공간과 작품을 알리는 취지로 기획한 전시"라며 "시민들에게 협회 작가들이 이렇듯 다양한 작품으로 활동하고 있고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월 26일부터 한 달간 열린 '미술의 숲' 첫 전시인  '열정 미술작가 100인의 소품전'의 모습. 아담한 규모의 전시회장에는 10호 이하 크기의 작품들이 레일에 매달려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 표윤지
1월 26일부터 한 달간 열린 '미술의 숲' 첫 전시인 '열정 미술작가 100인의 소품전'의 모습. 아담한 규모의 전시회장에는 10호 이하 크기의 작품들이 레일에 매달려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 표윤지

이번 전시회의 수장인 노재석 협회 세종지회장은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의 경력을 보유한 조각가다. 지난해 협회 지회장에 선출돼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노재석 지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작가별, 작품유형별 창작 작품소개 및 지역문화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 코로나로 인해 지친 주민들에게 예술을 통한 활력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미술작가들의 작품 활동 활성화와 시민들에게는 양질의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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