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취재팀, 백곡·초평지서 첫 확인
학계 "내륙서 관찰 매우 이례적 사례"

진천 백곡저수지 상공을 뒤덮은 가창오리 떼 - 충북 진천군 백곡저수지를 찾은 가창오리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저수지 상공을 뒤덮고 있다.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들은 가끔 떼지어 날며 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해질 무렵의 군무(群舞)는 이 새의 가장 큰 특징이다./김성식
진천 백곡저수지 상공을 뒤덮은 가창오리 떼 - 충북 진천군 백곡저수지를 찾은 가창오리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저수지 상공을 뒤덮고 있다.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들은 가끔 떼지어 날며 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해질 무렵의 군무(群舞)는 이 새의 가장 큰 특징이다./김성식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전 세계 개체수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면서 경이로운 군무(群舞)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가창오리(Anas formosa) 수만 마리가 미호강 수계에서 월동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부매일 취재팀은 최근 미호강 수계인 충북 진천군 백곡저수지와 초평저수지에서 각각 무리를 이뤄 겨울을 나고 있는 가창오리를 확인하고 10여 일째 관찰 중이다.

취재팀은 지난달 16일 백곡지에서 약 3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데 이어 다음날 초평지에서도 약 1만2천 마리가 월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가창오리는 몸길이 40cm 정도 되는 소형오리로 해마다 10월쯤 우리나라를 찾아와 이듬해 3월까지 지낸 후 번식지인 시베리아 동부 평원지대로 돌아가는 겨울철새다. 전 세계 집단의 대부분이 우리나라를 찾아 월동하는 특별한 존재다.

가창오리는 그동안 충남 서산 천수만·부남호, 충남 서천~전북 익산 사이의 금강호,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 전남 해남 고천암·금호호,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등 주로 서남해 연안의 하구와 인공호, 저수지 등에서 겨울을 났다.

진천 초평저수지 찾은 가창오리들 미호강을 찾아 휴식하는 가창오리 모습. /김성식
미호강을 찾아 휴식하는 가창오리 모습. /김성식

특히 금강 수계에서는 하구둑 건설로 생겨난 금강호 외에 서천의 봉선저수지, 논산의 탑정저수지 등에서 월동하는 무리(=월동군, 越冬群)가 확인된 바 있다. 월동군이 아닌 개체로는 금강 수계인 세종시 합강리 부근과 미호강 수계의 청주 지역에서 극소수가 쇠오리, 청둥오리 등에 섞여 겨울을 나는 모습이 관찰돼 왔을 뿐이다.

이러한 새가 바다와 먼 내륙의 미호강 수계에서 무리를 이뤄 월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는 처음이다.

소식을 전해 들은 조류학자들은 의외의 사례로 받아들였다. 조해진 박사(한국환경생태연구소)는 "그동안 연안을 중심으로 관찰되던 가창오리 월동군이 연안과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 관찰됐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사례"라며 "금강 하구 등을 찾았던 대규모 무리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가 미호강 수계의 두 저수지에서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또 이들 두 저수지와 미호강의 입지적 조건이 가창오리 떼를 불러들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호강 중류에 위치한 백곡지와 초평지가 주로 물 위에 떠서 잠을 자거나 휴식하는 가창오리의 휴식터 역할을 하고 있고, 인근의 미호강 주변에 펼쳐진 진천평야와 미호평야가 먹이터 역할을 하는 등 월동지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해진 박사는 "가창오리는 낮에는 물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지면 일제히 먹이터로 이동해 먹이 활동하는 야행성 조류"라며 "이러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교적 넓고 조용한 수면(水面)과 인근에 먹이터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미호강이 그런 필요조건을 충족해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백곡지와 초평지는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저수지여서 비교적 쾌적한 분위기인 데다 인근에는 미호강이 빚어놓은 진천평야, 미호평야가 있는 등 휴식터와 먹이터를 함께 갖추고 있어 해빙기 이후 가창오리들이 머물며 북상을 위한 충전 시간을 갖기에 제격이란 평가다.

미호강 수계인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에서 휴식하고 있는 가창오리의 일부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김성식
미호강 수계인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에서 휴식하고 있는 가창오리의 일부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김성식

중부매일 취재팀은 이와 관련한 보다 상세한 내용을 3일자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 5편에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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