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순댓국 입소문… 밥때 되면 문전성시

편집자

점심, 저녁시간. 전통시장으로 끼니를 해결하려 가는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지만 청주북부시장에는 잘나가는 신생 가게가 있다. 그 주인공은 오픈 3년차인 오누이순대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매력이 있는 식당, 오누이순대의 운영비법을 직접 들어봤다.

 

오누이 순대를 운영하는 백금녀, 이상훈 부부 / 이재규
오누이 순대를 운영하는 백금녀, 이상훈 부부 / 이재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청주 북부시장 내에 위치한 오누이순대는 다른 점포들과 달리 운영한지 3년째 밖에 안됐다. 하지만 점심·저녁시간이 되면 늘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너무 바빠 브레이크 타임도 걸어두지만 그 사이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포장 돼요?"라고 물을 정도다.

오누이순대라는 상호는 현 이상훈 사장과 친동생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동생이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부인 백금녀씨가 빈 자리를 채웠다.

부부는 올해로 52세의 나이지만 시장에선 젊은 축에 속한다. 이 시장 평균 연령이 68세임을 생각해보면 한참 젊다.

이들 부부는 서울에서 서비스업을 운영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남편의 고향인 청주로 내려왔다.

코로나로 장사를 접은 만큼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집안 대대로 북부시장에서 정육, 유통 등 점포를 운영 하고 있었던 점과 친척들의 추천에 용기를 얻어 오누이순대를 창업했다.

오누이 순대의 대표메뉴인 피순대를 썰고 있는 백금녀 사장님 / 이재규
오누이 순대의 대표메뉴인 피순대를 썰고 있는 백금녀 사장님 / 이재규

이상훈씨는 "처음엔 이미 30~40년동안 장사하신 분들이 많아서 텃세도 있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3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가게를 열자마자 훈훈한 정이 이상훈씨의 마음을 녹였다. 그는 "옆집 가일가게에서 과일을 갖다 주고, 앞집 생선가게에선 생선을, 옆집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주고… 정말 죄송할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상인들의 이런 따듯한 환대는 '젊은 사람이 많아야 시장이 산다'는 생각 때문이다.

백금녀씨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시장이니까 어르신들이 많이 오실 텐데 처음 보는 가게에 방문할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는데, 시장 상인분들이 먼저 찾아와 매출을 내줬다"고 말했다.

넉넉한 인심과 정으로 쌓은 3년. 하루 10만원으로 시작한 오누이순대는 현재 10배가 넘는 매출을 내고 있다. 따로 홍보를 한 것도 아니다. 오직 동네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준 것이 가장 큰 홍보였다.

이상훈씨는 "처음 온 손님들이 냄새가 안 나고 깨끗한 맛이 나서 좋다고 했는데, 한 번 입소문이 나니까 단골도 늘었다"며 "이제는 젊은 손님들도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장사 비결은 정성과 재료다. 음식에 나가는 모든 재료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든다. 김치, 깍두기, 고추장아찌 등 기본 상차림과 순대, 내장 등 음식들을 직접 손질하고 만든다. 특히 한우등뼈를 이용해 국물을 우려내는 것이 오누이순대만의 특징이다.

한우등뼈를 사용하면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은 물론 잡내 제거를 할 수 있다.

백금녀 사장님이 오누이 순대의 맛 비결, 한우등뼈를 펄펄 끓인 가마솥을 확인하고 있다. / 이재규
백금녀 사장님이 오누이 순대의 맛 비결, 한우등뼈를 펄펄 끓인 가마솥을 확인하고 있다. / 이재규

이뿐 아니라 가마솥에 12시간 이상 끓여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것도 다른 순대국밥집과의 차이다.

또 다른 점은 피순대다. 일반적으로 순대는 당면을 이용한 당면순대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오누이순대의 경우 야채 순대를 기본으로 호박, 두부 등 여러 재료를 이용해 직접 돼지 곱창에 재료를 집어넣고 삶는다.

얼큰순대국밥도 판매하고 있다. 빨간색 국물이 특징인 이 순대국밥은 고춧가루와 양념소스를 이용해 가마솥에 직접 끓인다. 이렇게 되면 육개장 맛도 나면서 순대국밥 맛까지 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반 이상 들어가는 부추와 새우젓, 초장 등은 먹기에 환상의 궁합이다.

술 안주로 좋은 머릿고기와 순대곱창전골, 순대곱창볶음도 국밥과 더불어 대표적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오누이 순대 간판 / 이재규
오누이 순대 간판 / 이재규

착한 가격도 손님들의 발걸음을 불러오고 있다. 점심시간 가장 잘나가는 순대국밥과 얼큰순대국밥이 7천원이다. 물가가 올라 점심을 해결하는 비용을 생각했을 때 단 1천원만으로 손님 유치가 달린다.

하지만 이 조차도 어쩔 수 없이 작년 초 1천원을 올렸다. 재료비, 인건비 등 안오른게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들어가는 간과 허파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다보니 안올릴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게 하는 깔끔함과 인테리어도 전략이다. 다른 점포들과 달리 안에 들어서면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친절함과 많은 양은 근처 대학생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백금녀 사장님은 "손님이 하나도 남김없이 음식을 먹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의외로 음식 외에 나가는 반찬이랑 서비스, 국밥까지 싹싹 다 드시는 분들이 있다"며 "너무 맛있다고 말씀해주시면 힘이 난다"고 했다.

든든한 한끼를 책임지는 얼큰순대국밥 한 상 / 이재규
든든한 한끼를 책임지는 얼큰순대국밥 한 상 / 이재규

운영한지는 3년 남짓 안됐지만 웃픈 에피소드도 더러 있다.

가게에 와서 식사를 다하고 계산할 때 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만취해서 돈을 안내 경찰에 신고하니 지명수배범이어서 체포된 경우, 5명이 와서 순댓국 1개 시켜놓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 등등이 그가 기억하는 인상(?) 깊은 손님들이다.

이들 부부는 북부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부부는 "현재 북부시장은 너무나 고연령층만 이용한다는 인식이 박혀있는데 저희와 시장 상인들 모두가 노력해서 젊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며 "예전 시장이 제일 잘 나갈 때 처럼 제 2의 전성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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